[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최근 토크쇼 생태계에는 하나의 흐름이 감지된다. ‘무릎팍도사’라는 1인 토크쇼가 6년7개월 만에 폐지된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이 공감과 소통을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가족간, 친구간, 세대간 소통과 공감을 내용으로 하는 토크쇼들이 계속 생기는 것, 부모자식 소통 토크쇼 ‘유자식 상팔자’가 JTBC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힐링캠프’는 소유진 남편인 백종원 씨가 출연했을 때가 스타 이준기가 출연했을 때보다 시청률이 거의 두 배에 육박했고, 지난 1월 방송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힐링캠프’에서 이준기나 김하늘이 드라마 촬영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장시간 열변을 토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소통과 공감에서 ‘와 닿는’ 소재가 아닌 딴나라 이야기다. 오히려 ‘안녕하세요’ 출연자나 ‘짝’에 나온 적령기 남녀가 털어 놓은 고민이나 그들의 관심이 더 와 닿는 재료다. 식당업을 하는 요리사인 백종원 씨가 메뉴를 개발하고, 고객을 끌어들였던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간다. 백종원 편은 재방송도 본방송 못지않은 시청률이 나와 톱스타들을 제치고 ‘힐링캠프’ 100회 특집까지 출연할 수 있었다. 그러니 ‘무릎팍도사’도 연예 스타나 스포츠 스타만의 게스트로는 폭넓은 소통을 이뤄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게스트의 범위를 좀 더 넓혀 더욱 다양하게 섭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에는 연예인이 나오는 토크쇼와 일반인이 나오는 토크쇼는 승자가 100% 연예인 토크쇼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일반인들이 주인공인 ‘안녕하세요’는 월요예능 부동의 1인자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보며 공감하고 위로한다는 자체가 소통이다. ‘맘마미아’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소통을 큰 틀로 잡고 있는 지상파 집단 토크쇼다. 최근 1년여 사이 우후죽순처럼 생긴 종합편성 채널의 집단 토크쇼, 소위‘떼토크’들도 소통과 공감을 화두로 내세운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유자식 상팔자’ 외에도 ‘웰컴투 시월드’ ‘고수의 비법-황금알’ ‘속풀이쇼-동치미’ 등에서도 소통을 다룬다.
하지만 소통 토크쇼가 소통을 많이 하고, 최대한 솔직하게 소통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지금은 ‘백년손님-자기야’로 바뀌었지만, 부부소통 토크쇼를 표방했던 ‘스타 부부쇼-자기야’에 출연했던 부부 중에는 무려 5쌍이나 이혼했다. ‘스타 부부쇼’ 출연자들이 앞다퉈 시어머니, 남편 욕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부부는 이혼을 하며 “우리는 쇼윈도 부부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JTBC의 ‘여보세요-여자가 보는 세상 요즘’은 모녀, 자매, 고부가 나와 폭로전 양상을 띠기도 했다.
이런 토크쇼일수록 예민하고 자극적인 내용까지도 ‘고민‘이라는 명분으로 모두 털어놓게 해 시청률을 올리고, 전문가가 약간의 조언을 해 주며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만들어주지만 정작 해결된 것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소통은 중요하기는 하다. 부부간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처가와의 갈등으로 이혼을 고심하는 남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스타 부부쇼-자기야’가 포맷을 ‘백년손님-자기야’로 변경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백년손님’은 몇몇 사위와 장모가 출연해 그들 나름의 소통 스타일을 보여주며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양(量)의 소통이 아니라 질(質)의 소통이 필요함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침묵이 좋을 때도 있다. 온갖 대화와 소통 내용을 방송하고 귀를 자극하는 소통일수록 절대 편집되지 않는 소통 토크쇼라면 이는 소통 강화가 아닌, 소통 방해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등 소통 도구만 지나치게 발달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이 안에 담길 소통 내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소통 토크쇼들도 조금 더 진화해야 한다.
부모, 부부, 고부, 직장상사의 역할과 소통에서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진단해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EBS의 ‘달라졌어요’는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2~3개월의 시간을 갖는다. 일회성 토크로 소통을 끝내는 토크쇼들이 한 번쯤 참고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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