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혹시 기억하시나요? 벌써 2년 전의 일입니다. SBS ‘짝’이 2011년 3월23일 화제의 첫 방송을 맞은 이후 처음으로 마련했던 15회, 16회 방송분 ‘돌싱특집’ 편. 그들만의 언어로 애정촌 9기라고 통칭됩니다. 본방사수하는 시청자라면 다들 아시겠죠? 돌싱특집에서 만난 남자3호 김종윤 씨와 여자4호 박은진 씨는 애정촌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짝’의 1호커플이라는 이유로 아침방송과 ‘자기야(SBS)’에 출연하며 주목받고, 몇 번이나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죠. 19일 저녁 김종윤 씨를 만났습니다.

SBS ‘짝’은 지난 2년 5개월이라는 시간동안 6쌍의 커플을 맺어준 프로그램입니다. 특집도 많았습니다. 돌싱특집, 연예인 특집, 모태솔로 특집. 바다를 건너 말레이시아 이탈리아에서도 촬영이 진행됐습니다. 115회, 56기까지 거칠 동안 수백명의 남녀가 애정촌의 6박7일간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습니다. 결혼에 골인해 가정을 이룬 커플이 6쌍일 뿐,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졌던 인연까지 더한다면 숫자는 더 늘어납니다. 방송 이후엔 기수를 넘나들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제 김종윤 씨는 편의상 이름 대신 애정촌 9기의 남자3호라고 부르겠습니다. 지난해 초 백년가약을 맺은 한의사 남자3호와 인도음식점을 경영하는 여자4호는 사실 애정촌에서 맺어진 커플은 아닙니다. 그 이후 기수 모임을 가지며 사랑을 확인한 커플이죠.

이날 남자3호는 아내를 대신해 지난 10월 태어난 순한 딸 단아 양과 함께 자리했습니다. ‘짝’의 1호 아기입니다. 남자3호는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이혼을 하고난 뒤 ‘어둠의 동굴’ 속에 갇혀 지냈습니다. 요즘 친구들 말로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짝’에 출연하며 내 인생도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나이 마흔에 좋은 분을 만나 설렘을 느꼈습니다. 이 나이가 돼 가슴 뛰는 설렘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왜일까요. 궁금한 게 많았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짝’의 애정촌 생활에서 정말로 마음의 교류가 가능한지, 그 곳에서 인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만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말이죠. 고작 6박7일 동안 말이죠.

사실 애정촌이라는 공간,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일종의 시험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애써 감추고 싶었던 모습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출되는 곳,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쉽게 발을 디딜 수 없는 곳이죠. 하지만 속이려 하고 꾸미려 든다면 얼마든지 거짓도 가능한 곳. 누군가는 자신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알리려는 홍보의 목적으로도 이용하고, ‘진정한 짝’을 찾겠다는 제작진의 슬로건과는 달리 재미삼아 들러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외로운 싱글남녀들은, 그리고 ‘돌싱’들은 왜 굳이 이 곳을 찾았을까요. 왜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나도 다시 짝을 찾고 싶다”고 말하는 걸까요.

‘돌아온 싱글’이었던 남자3호는 한국사회에선 이혼한 사람들은 남들 앞에 떳떳하게 나서기 힘들어 인생의 실패자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서약을 저버렸다는 의미에서 이혼이 잘 한 일은 아닙니다. 실패자는 맞죠. 하지만 완전한 패배자는 아닙니다.” 당연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랬죠. 하지만 그는 “그 상황을 반성하고 이를 계기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있길 바란다”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절실한 외로움과 고독에 휩싸여 외톨이처럼 지내오던 돌싱들은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깨기 위해 애정촌에 기꺼이 발을 들였습니다. 그렇다고 이 곳에서 새 인생에 발 맞춰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했을까요. 시간과 애정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짧은 시간 아닌가요?

스스로 지원해 애정촌을 찾았다는 남자3호 역시 입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추호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애정촌이라는 공간, “정말 특수한 공간”이랍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세상에는 딱 두 개의 특수공간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군대, 다른 하나는 애정촌이라고 합니다. 밖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극대화하는 곳이 바로 이 두 곳이라는 겁니다.

애정촌을 찾은 남녀들, 카메라만 들이대면 얼굴을 붉혀가며 자기고백을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엇갈린 사랑의 화살에 상처받고 치유하기를 반복합니다. 오로지 하나의 일관된 목표, ‘사랑’이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겁니다.

남자3호 역시 다르지 않았답니다. 그가 출연했던 돌싱특집에서도 몇몇 출연자들이 눈물을 떨구며 난리가 났다고요. 남자 3호도 처음엔 이 사람들, 고작 며칠 있으면서 저런 감정의 진폭이 생길까 의아했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하루 하루 지낼수록 심리적인 동요가 일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공간의 특수성’ 때문에 말이죠. 이 곳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저편을 그들은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돌싱들의 경우엔 싱글남녀와는 다른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인해 감정의 물결이 크게 인다고 합니다. 애정촌 9기에선 덕분에 남자3호 커플과 함께 결혼에 골인한 또 한쌍이 탄생하기도 했죠. 두 사람은 종교를 초월한 ‘위대한 사랑’이랍니다. 제작진마저 놀라게한 ‘짝’의 결실이죠.

재미있는 것은 ‘특수공간’의 한계입니다. 흔히들 이런 이야기를 하죠. 여행지와 위기의 순간에 싹튼 사랑은 상황을 벗어나면 깨어지기 마련이라고. 남자3호는 특수한 공간인 애정촌 안에서 특이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도 쉽지만,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밖으로 나오면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특수공간과 현실에서의 감정은 다르다는 얘기죠. 때문에 실제로 커플로 연결된 사람들의 경우 애정촌을 벗어나면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거죠. 2년 5개월의 ‘짝’이 남긴 커플이 아직은 6쌍인 이유, 숫자는 적지만 소중한 인연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겠죠.

2년 5개월을 지나 이제 ‘짝’도 앞으로의 2년 5개월, 그리고 5년, 또 10년도 기약합니다. “된장찌개와 같은 스테디셀러가 되겠다”는 각오입니다. 남규홍 PD는 100회를 앞두고 가졌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멋지고 근사한 짝을 찾는다는 것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화두”라고요. 그 과정에서 제작진은 “가장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요. 사실 ‘짝’은 사랑만을 논하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애정촌이라는 ‘특수공간’ 안에는 그 곳을 찾은 사람들의 인생이 있고, 개성이 있고, 생활이 있습니다. 휴머니즘을 바탕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남 PD의 생각입니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 밤 ‘짝’을 시청하며 “나도 짝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애정촌을 두드려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특수공간 애정촌의 힘을 아직은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이성 앞에선 유난히 소극적이라 자신이 없으시다고요? 제작진을 믿어봐도 좋습니다. “대본 한 장 없어 도리어 답답하고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있는데도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커플을 위해선 제작진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큐피트 역할도 해준다”는 것이 남자3호의 설명입니다.

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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