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모두 친구예요. 무슬림은 살인을 해서도 안되죠. 그런데 무슬림끼리 서로를 죽이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무슬림 모두 자기들의 문제로 아픔을 느끼고 있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에서 만난 따릭(30ㆍ알제리) 씨는 최근 벌어진 이집트 유혈사태를 근심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집트에서 ‘분노의 금요일 시위’로 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6일(현지시각) 지구 반대편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서울중앙성원 집단예배에 참석했다. 금요일은 이슬람의 휴일로 집단예배가 열리는 날이다. 하루 여섯번 예배 중 네번째로 열린 이날 집단예배가 오후 4시30분께 끝나자 무슬림 수십명이 사원 밖으로 나왔다.
이들에게 ‘앗살라무 알라이쿰(안녕하십니까)’이라며 아랍어 인사를 건넸다. 이어 지난 2011년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중동 지역을 휩쓴 일련의 반정부 봉기를 뜻하는 ‘아랍의 봄(Arab Spring)’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랍의 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히잡(이슬람식 머리 스카프)을 쓰고 긴팔 옷을 입고 벤치에 앉아 있던 카올라 카미(23ㆍ여ㆍ모로코) 씨는 “중동 사람들은 ‘아랍의 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의 봄은 서구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인데, ‘아랍 시민혁명(Citizen Revolution)’이나 ‘시민봉기(Citizen Revolt)’라고 얘기해야 중동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기업 엔지니어인 부친을 따라 2년 전 모로코에서 입국한 카미 씨는 “이집트의 유혈사태와 시민 사망 소식에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은 사태가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웃국가인 모로코와 다른 아랍국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1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아흐마드(30ㆍ세종대 정치학과 재학) 씨는 “최근 발생한 유혈사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재자를 시민혁명으로 갈아엎은 시기가 지나고, 시민들이 스스로 정권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도기적인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영자신문을 보면 아랍의 봄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 표현은 틀렸어요. 봄이 지났으니 이제 ‘아랍의 여름’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서울중앙성원 인근의 이슬람서적 전문점 ‘이슬라믹 북센터’에서 일하는 따릭 씨는 3년 전 알제리에서 왔다. 따릭 씨는 “이집트 군부가 무슬림 형제단 및 시민들을 마구 학살하고 있다. 이것은 이슬람의 숭고한 정신에 위배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알라(이슬람 유일신)는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가난한 사람에게 옷을 주고 위험에 빠진 사람은 구하라고 가르쳤어요. 이슬람에서 살인은 금기이며, 다른 사람에게 종교를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시민을 학살한 이집트 군부의 행위는 절대 정당화할 수 없어요.”
눈시울을 붉히며 따릭 씨가 말했다. 아랍 시민혁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묻자, 그는 ‘인샬라(신의 뜻)’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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