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드라마·영화속 영혼이 보이는 주인공 대부분 주류사회서 밀려난 아웃사이더

귀신 恨 풀어주는 동양적 이야기 얼개 스페인 영화 ‘고스트’에 드는 애잔함 현대인 ‘절대고독’이 낳은 산물 아닐지…

때 아닌 귀신 타령이다. 때 아니게 TV에서, 스크린에서 귀신이 출몰한다. 무섭기보다는 우스꽝스럽고 애잔한 마음이 먼저 든다.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요새 부쩍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귀신 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짠한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도 정작 귀신이라기보다는 귀신 보는 사람들의 처지다. ‘귀신이 보인다!’고 말해봐야 요새 같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 우스개가 되기 십상이고,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으면 헛것이 보일까’ 동정을 받을 테니 안타깝다.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는 여주인공 태공실(공효진 분)이 사고 후 귀신을 보게 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진실 때문에 두렵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귀신과 산 자들의 다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던 태양.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는 오로지 계산기에 찍히는 숫자 외에는 믿지 않는 냉정한 사업가 주중원(소지섭 분)이다. 주군과 태양의 좌충우돌, 티격태격 연애담이 줄기다. 공교롭게 비슷한 설정으로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tVN의 드라마도 있다. ‘후아유’도 영혼 보는 여자(소이현 분)와 보고 겪은 것만 믿는 남자(옥택연 분)의 멜로드라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엔 영화 ‘오싹한 연애’의 여주인공이 귀신을 봤다. 극중 손예진은 학창 시절 죽은 친구와 엮였던 일 때문에 남들은 보지 못하는 귀신을 보게 되고, 그 때문에 연애 한번 못 해봤다. 그녀가 마술사(이민기 분)와 펼쳐가는 연애담이 영화의 내용이었다. 한국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깡패도 눈앞에 나타난 귀신 때문에 애를 먹었다. ‘박수건달’의 박신양이다. 극중의 그는 도대체 저주인지 능력인지, 귀신을 보게 되면서 결국 낮에는 박수무당, 밤에는 조폭의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귀신 보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가장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는 ‘헬로 고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극중 차태현은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온 청년. 외로움에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하고, 죽지 못해 살아난 끝에 귀신 보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귀신을 보는 이가 있고, 그가 자의든 타의든 한 맺힌 영혼의 원을 풀어준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에 공통된 이야기이지만, 서구에서는 주로 사후 세계를 본다거나(‘히어 애프터’), 영매를 통해 죽은 자의 영혼이 씌운다거나(‘사랑과 영혼’)하는 설정이 많고 귀신이나 유령은 알 수 없는 육감이나 형체 없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웬일인지 사람의 형상과 똑같은 모습의 귀신을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사례는 아시아 영화에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스페인 영화 ‘고스트’(감독 아비에르 루이즈 칼데라)는 사뭇 동양적이다. 아예 한국 코미디영화를 보는 것 같다. ‘헬로 고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적지 않다.

교사 ‘모디스트’(라울 아레발로 분)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졌다. 이 때문에 소심한 성격은 더 소심해지고, 타인과 어울리지 못해 당하는 따돌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학교에서도 매번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고, 잊을 만하면 도지는 ‘귀신병’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해고다. 역시나 이전 학교에서 쫓겨나고 간신히 얻은 새 일자리. 새 출발을 다짐하지만, 그의 눈은 어느 새 학교를 20년째 다니는 괴상한 학생들, 비극적인 사고로 죽은 소년 소녀의 귀신을 보고 있다. 애써 무시하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귀신이 저지르는 괴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미모의 여교장(알렉산드라 히메네즈 분)은 모디스트에게 구조요청을 한다. 모디스트는 귀신들의 원혼을 달래 저승으로 보낼 방법이 ‘못다한 학업을 채워 졸업을 시키는 것’임을 알게 된다. ‘헬로 고스트’처럼, 모디스트는 귀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귀신의 소원 풀기 대작전에 나선다.

귀신과 귀신을 보는 이들을 내세운 코미디 영화들은 이야깃거리는 제각각이지만, 한결같이 영혼이 이승에서 못다한 원을 주인공이 풀어준다는 똑같은 얼개를 갖고 있다. 여기서 귀신이란 흔히 산자들을 해코지 하기 마련이지만, 아무도 듣지 못하는 말을 하고 아무도 알아 보지 못하는 형상을 한 외로운 존재다. 그들을 보는 영험한 능력의 소유자들인 주인공들 역시 대개는 ‘왕따’거나 ‘낙오자’다. 그렇다면 귀신과 귀신을 보는 자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서로에게 점점 유령같이 변하는 현대인들의 고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