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세법개정안
법인세 건드리면 경제단체가 종소세 손보면 자영업자단체가… 벌떼처럼 일어날까 눈치보기만
정부, 면피용 수정안 내놨지만 월급쟁이들은 여전히 부글부글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정직과 준법정신과 정의롭게 살고 있는 월급쟁이들이 바보 취급당하는 사회.”(아고라, ID:싸바싸바)
“월급쟁이에게 손쉽게 증세하겠다고? 조세회피 자금 그만큼 알려줬으면 수사해서 돈 찾아오면 되지, 재벌 2, 3세 편법 증여 잡아내고 세금 물려야지, 부동산 투기꾼 잡아서 차익 환수해야지, 장물 취득한 거 토해 내야지, 담합행위 과징금 찐하게 먹여야지….”(아고라, ID:솔바람)
월급쟁이들이 ‘부글부글’이다. 어제는 연봉 3450만원 받으면 ‘중산층’이라고 세금을 더 내라더니, 오늘은 연봉 5500만원 이상이면 ‘중상층’이라며 세금 더 내란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소득기준은 최소 연봉 6000만원이다. 중상층이 아니라 중산층 월급쟁이한테 세금을 더 걷는다니 그럴 만도 하다.
LG그룹 모 계열사 다니는 입사 10년차의 A(39) 차장은 연봉이 6000만원을 조금 넘는다.
자녀도 하나만 둔 그는 “생활비 쓰고, 내집마련 적금까지 붓고 나면 마이너스될 때도 있다. 세원 파악 못하는 고소득자 많은데, 유리지갑 월급쟁이만 과세하는 게 말이 되느냐. 정부가 복지 늘렸다는데 우리 가족에 무슨 혜택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기업이나 금융권 정규직이어서 30대에 이미 6000만원을 받는 경우는 좀 낫다. 일반기업에서 6000만원 이상 받는 월급쟁이 대부분은 사교육비 부담이 큰 중고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40~50대다. 기초생활비, 대출금 이자, 사교육비 등 내고 나면 ‘노후’는 꿈도 못 꾼다. 대다수가 ‘하우스푸어(house poor)’고,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를 처지다. 10~20년 후 노인빈곤층 예약자가 수두룩하다. 퇴직금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털어먹은 경우가 태반이다. 65세에야 받을 국민연금은 쥐꼬리다.
이들 월급쟁이는 “정작 화가 나는 건 왜 세금을 올리는지 설명도 하지 않고, 사과 한 마디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408만여개 유리지갑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그 흔한 의견수렴, 공청회 등도 전혀 없었다. 수정안을 내면서 사과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월급쟁이는 모래알이다. 법인세 건드리면 ‘경제가 망한다’며 벌떼처럼 일어나는 경제단체들이나, 종합소득세 만지작하면 ‘생존권’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농어민단체나 자영업자단체 같은 ‘우산’이 없다. 노조가 있다지만, 힘있는 몇몇 대기업 노조를 제외하면 ‘단체행동’은 꿈도 못꾼다.
만만하다보니 이젠 어수룩하게까지 본다. 상식으로는 ‘세금 더 내라’는 게 증세(增稅)인데, 고시 출신 천재들은 ‘세목’, ‘세율’ 운운하며 끝까지 아니란다. 13번째 월급 없애면서 경기고 3대 ‘천재’ 출신의 경제수석은 양해를 ‘읍소’했다. 그런데 “봉급생활자들은 그래도 좀 낫지 않느냐”, “봉급쟁이만 유리지갑은 아니다”며 핀잔도 곁들였다.
경제부총리는 월급쟁이만 건드린 세제개편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뒤늦게 면피용으로 세금 탈루를 철저히 막겠다고 했다. 같은 날 전직 국세청장이 수천억원의 세금 대신 수억원의 뇌물을 걷은 혐의로 기소됐다. 역대 국세청장 19명 중 7번째다. 사망자와 실종자에게도 복지예산이 지급된 사실도 감사원 감사결과도 드러났다. 세수 부족하다더니, 다른 한 쪽에서 혈세가 매년 2000억원씩 줄줄 새고 있었다. 월급쟁이들은 “진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출을 줄일데까지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 후에 손을 벌려야지, 유리알 주머니부터 털겠다는 골목깡패들이나 하는 행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이라는 ‘정치민주화’는 넥타이 부대, 월급쟁이들이 동참했기에 가능했다. 2013년에는 ‘과세민주화’를 위해 월급쟁이들이 또 나설지도 모르겠다.
홍길용ㆍ최정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