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SADI 학장이 말하는‘ 디자인의 미래’
우리만의 역동성·기술적 우수함 ‘OEM’국가서 디자인 강국으로… 미래엔 진짜 자기 디자인하는 글로벌 거장 나올 것이다
“우리 디자인은 지난 30년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우리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버려야 합니다. 이제 그런 걱정을 넘어 더 큰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김영준 삼성디자인학교(SADIㆍSamsung Art & Design Institute·사진) 학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SADI 캠퍼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의 디자인 역량은 충분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OEM 디자인’밖에 하지 못하던 ‘디자인 빈국’에서 각종 디자인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디자인 강국’이 되기까지, 그 과정에 담긴 우리 디자인의 역동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학장에 따르면 우리 디자인이 점차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1990년대 초반부터다. “19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되고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낼 만큼 기술력이 쌓이자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점차 커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점차 잡혀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었어요. 기술의 한계를 디자인이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엔지니어가 만든 ‘정육면체’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경쟁사와는 조금 다르게 외관을 꾸미는 것’이 당시 디자인의 목표였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우리 디자인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김 학장은 “그 변곡점 중심에 당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반도체 기술’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 새로운 디자인의 개념은 사용자의 감성적인 영역을 포괄하면서 점차 확장됐고, 오늘날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제품을 이용하거나 환경에 있더라도 ‘동일한 사용성과 경험’을 제공하는 ‘에코시스템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으로까지 발전했다.
김 학장이 주목하는 것은 이 ‘변화의 급류’ 속에 담긴 우리 디자인의 역동성과 기술적 우수함이다. “첨단기술을 우리 산업이 선도하는 만큼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에서도 우리 디자이너들의 자율성은 더욱 배가될 것입니다. 거기에 온갖 시련을 거쳐 급속 성장한 우리 디자인의 역동성과 실험정신은 어린 디자이너들을 더 큰 디자인 세상으로 이끌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디자이너들은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미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 학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미 2004년부터 IDEA, Red Dot, iF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10년 동안 수상 랭킹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김 학장이 가르치는 SADI 학생들도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휩쓴다. 다만 김 학장은 “유럽 같은 경우 ‘소수만이 즐기는 예술의 가치, 아름다움을 공공으로 확장한다’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자리잡아온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시대 이후 ‘제품을 잘 팔리게 하기 위한 포장’으로 디자인이 성장을 했다”며 “공공선을 위해 아름다운 가치를 양산한다는 디자인의 본래 의미를 잊지 말아야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