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음원사재기 근절대책 발표 왜?
음원사이트마다 무제한 서비스 특정곡에 집중…공공연한 비밀 순위제 부활 음악방송도 원인
음악계에서 음원 사재기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처럼 이뤄져 왔다. 음악 시장이 음반에서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실시간 음원 차트는 인기 가요를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순위제를 부활시킨 지상파 및 케이블 TV 등의 음악 방송 프로그램 대부분이 음원 차트를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음원 차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보니 신인가수는 물론 기성 가수와 기획사도 음원 사재기의 유혹 앞에서 초연해지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음원 사재기는 사재기 대행업체가 다수의 음원 사이트 아이디(ID)를 확보한 뒤 음원 스트리밍 이용권을 대량으로 매입해 특정 곡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렇게 조작된 음원 차트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이 쏟아지는 음원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음원 사이트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전곡 듣기를 이용하면 24시간 동안 반복 재생하더라도 최대 스트리밍 횟수는 360회”라며 “그런데 최근 모니터링 결과 특정 아이디로 들은 특정 곡 스트리밍 횟수가 1000회, 심지어 1만 건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음원 사재기에 대한 책임에서 음원 서비스 업체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음원 사재기가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음원 사이트에서 제공 중인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일정액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원 사재기를 가능하게 만든 주범으로 꼽힌다.
창작자 등 저작권리자들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하며 곡당 일정 금액을 지불해 다운로드를 받는 종량제가 차트와 서비스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신규 가입자 및 회원 감소를 우려한 음원 서비스 업체들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추천 제도도 논란이다. 추천을 받은 곡은 음원 차트의 1위 곡보다 더 우선순위에 올라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고 순위에 오르기도 쉽다. 그러나 업체들은 추천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줄곧 이어졌다.
지난 5월 음원 매출 종량제 도입 이후 일부 기획사들까지 적극적으로 음원 사재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매출액이 고정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종량제 도입 이후 스트리밍 횟수도 제작자들의 수익 정산에 포함되게 됐다.
이에 따라 기획사들도 음원 사재기에 들인 비용을 저작권료ㆍ실연권료ㆍ저작인접권료로 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기획사들의 음원 사재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 발표는 정부가 직접 불공정 행위 뿌리 뽑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정책 방향 외에 강제력을 가진 방안이 구체화 되지 않아, 이번 대책이 당장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다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 대형기획사에서도 음원 사용횟수 조작 행위에 대한 검찰 조사를 요청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당분간 노골적인 음원사재기는 수그러들 전망이다. 김기홍 문체부 저작권정책관은 “음원 사재기 근절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음악 업계 종사자들이 음원 사재기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 음악 산업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공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