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아, 재치있게 넘기는 거야. 네가 얘기한 것 중에 제일 맘에 드는 건 ‘제가 알아서 끊을게요’라고 했던 거야.”
‘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들’ 녹화 15분 전. 신동엽과 ‘기 센 여자들’이 모여앉았다. 새로운 시즌을 맞는 QTV의 ‘신순정녀’가 새 멤버들과 함께 다시 찾아온 현장. 단상 위의 여자들과 신동엽,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다. 멘트도 맞춰본다. 행여나 짖궂은 애드리브에 여성 출연자들이 당황할까 싶은 마음도 엿보인다.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한 홍진영은 최근 떠오른 ‘예능 블루칩’. “소속사 대표님은 욕 빼고 다 해도 괜찮다”고 했다지만, 홍진영도 내심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다. 신동엽은 그런 홍진영과 입을 맞춰봤다.
홍진영, “오빠, 하실거면 인정하고 넘어가지 말고 어떤 말이라도 해줘요. 욕 먹을까봐 걱정되는데…” 신동엽, “왜 욕을 먹어?” 홍진영, “사람들이 진짜인 줄 알까봐요.” 의미심장했던 두 사람의 대화는 홍진영의 나이를 둘러싼 농담으로 마무리됐고,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돌아왔다는 황인영의 인사에 “돈만 생기면 그렇게…앞으론 저축 많이 하기로 해요”라는 멘트로 응수했다.
신동엽을 필두로 불고 있는 예능가의 새로운 코드가 있다. 바로 19금(禁) 토크다. 지금 현재 신동엽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무려 10개. SBS ‘화신’, ‘동물농장’을 비롯해 KBS2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에 ‘SNL코리아’ ‘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 JTBC의 ‘마녀사냥’ 등 숱하다. 다채로운 색을 가진 프로그램이지만 신동엽 개그의 본질은 각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한다. 이른바 ‘섹드립(성적인 애드리브)’으로 불리는 ‘신동엽표 변태 개그’는 ‘SNL코리아’를 통해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말로 노니는 프로그램에선 적당한 19금 토크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한다. 과거 진행한 SBS의 ‘맛있는 초대’에서 소녀시대 태연과 데뷔 25주년을 맞은 이승철을 찾아간 신동엽은 “이승철 씨가 데뷔 25주년이다. 말이 되냐”며 “태연은 22세다. 엄마 뱃속도 아니고 아빠 뱃속에 있었을 나이”라는 식이다. 이 멘트가 2010년의 일. 이처럼 신동엽이 개척한 19금 개그는 현재의 방송가에선 자연스러운 ‘코드’가 됐다. 방송 이후 시청자게시판이나 SNS에서는 신동엽의 ‘섹드립 플레이어’를 퍼나르며 ‘동엽신(神)’으로 추앙한다.
‘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들’ 녹화현장에서 신동엽에게 ‘19금 개그’의 원천과 철칙을 물었다. 답변은 능청스럽지만 진지하다.
“최근 들어 19금 이미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사실 데뷔 때부터 ‘19금’의 중요성을 말해왔어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연합고사를 본 이후로 19금 개그의 중요성을 알았죠. 방송을 쉴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제 모습이 대견스럽네요. (웃음)”
과거 몇 편의 시트콤이나 SBS의 ‘헤이헤이헤이’를 통해 익살맞은 변태 연기를 선보였던 신동엽표 19금 코미디는 최근 방송환경이 달라지며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여전에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해도 늘 조심스러웠는데 요즘은 짖궂은 농담도 왈가왈부하지 않는 너그러운 사회가 된 것 같다”며 “이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 탓도 있지만, 신동엽의 19금 개그가 빛을 발하는 것은 선을 지킨다는 데에 있다. 19금 개그를 하면서도 그에겐 반드시 염두하는 철칙이 있다. 자극적으로 다가서지 않는다는 것. 신동엽은 “너무 자극적인 것을 보여주려 한다면 다른 개그를 자연스럽게 선보이지 못할 것”이라며 “19금 개그만 한다면 나중에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웃기기 위한 코드로 사용하는 것일뿐 자극적인 것을 위해 계산적으로 19금 개그를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순정녀’는 신동엽과 만나 프로그램 이름 앞에 ‘신’ 순정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과거엔 한 주제를 놓고 이미지로 순위를 정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연애횟수나 잠자리 횟수에 이르기까지 자극적인 설전이 여자들 사이에서 오갔던 ‘센’ 프로그램이다. 신동엽은 “자꾸 자극적인 이야기를 요구했다면 내가 이 프로그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19금 개그를 많은 사람들이 솔직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선정적이고 불쾌하게 접근하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성인을 위한 소재를 다루고 싶었던 만큼 솔직해지자는 생각”. 아슬아슬하지만, 넘치지 않는 줄타기의 19금, 신동엽 만의 철칙이었다. 바람도 있다. “조금씩 이 같은 모습들이 받아들여져 언젠가는 미국, 일본, 유럽처럼 좀 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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