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990년대 후반 군에 납품하는 기름값을 담합한 정유사들을 상대로 국가가 제기한 소송이 13년만에 화해로 마무리됐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김창보)는 국가가 “답합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4대 정유사(SK에너지, GS칼텍스, S-오일, 현대오일뱅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내린 화해권고결정이 지난 7월 확정됐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4대 정유사들은 국가에 손해배상 원금과 13년여간의 이자를 포함한 1355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

국내 정유시장을 100% 장악하며 군에 기름을 납품해 왔던 정유사들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시행된 군납유류 입찰에 참가하면서 입찰물량, 낙찰단가 등을 담합하다 지난 2000년 공정위에 적발돼 190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듬해 국가는 정유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담합에 따른 손해액 산정은 쉽지 않았다. 1심은 6년에 걸친 검토 끝에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 810억여원과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대로 항소심은 ‘MOPS 가격 비교 방법(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거래가격을 가상 경쟁가격으로 보는 방법)’을 이용해, 정유사들이 1309억원과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다. 대법원은 “담합기간 동안 국내 군납유류시장은 과점체제 하의 시장이어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동일한 시장으로 볼 수 없다”며 손해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다시 사건을 넘겨받았지만 여전히 국가와 정유사들은 가격 산정 방법을 놓고 다퉜다. 손해액 산정은 ‘담합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을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소송이 13년여 기간 동안 이어져온 만큼 화해를 유도했다. 1심에서 판단한 손해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여기에 13년여간에 대한 법정 연이율 5%도 더해졌다.

오랜 소송에 지친 양측 모두 재판부의 화해권고결정에 이의를 하지 않아 이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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