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7회> 감추어진 승부 51

“오메, 이 불한당 같은 놈 좀 보소!”

우리말로 번역했다면 분명 이랬을 것이다. 나시족 청년들의 표정은 이미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겁대가리 없이 우리 부족의 성지인 동파만신원에서 이따위 짓을 해?

나시족 아가씨의 옷을 홀랑 벗긴 채로 땅바닥에 눕혀놓은 것까지는 그들이 용서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얼굴과 가랑이를 번갈아 흘금거리며 이상한 짓을 하는 꼴을 도저히 그냥 놓아둘 수 없었을 것이다.

“이놈이 어디서 변태 짓을….”

역시 나시족 청년들의 말을 번역하면 이런 정도였겠지. 하여간 그 지경에 이르렀으니 사태가 온전할 리 없었다. 검은 하늘을 가로질러 춤추듯 다가온 횃불이 곤두박질치는가 싶더니 낯익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낯익은 비명소리란?

“아이고, 엄마야!”

하는 토종 비명소리였다. 나이가 들어도 어째서 유사시에는 엄마를 찾는 것일까? 각설하고, 어두운 길을 밝히던 횃불은 순식간에 불방망이로 변해서 3류 감독의 엉덩이를 타작하기 시작했다.

“엇 뜨거워라! 아이고 아야야!”

옷도 홀랑 벗은 채였으니 매 타작을 하기에 얼마나 좋았을까? 끄트머리가 훨훨 불에 타고 있는 불 막대기로 맨 볼기를 얻어맞고 나니 아프기도 엄청 아팠지만 뜨겁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럴 땐 어디에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하는지 등등을 헤아릴 겨를도 없었다. 불 막대기가 한 번씩 내리쳐질 때마다 돼지불고기 굽는 냄새가 코끝에 퍼져오는가 하면, 엉덩이 허물이 벗어지는 듯한 까칠한 통증, 그리고 장딴지가 오그라드는 듯한 둔중한 통증이 동시에 몰려오곤 했다.

“아이고, 형님들! 살려주세요.”

3류 감독은 무릎을 꿇은 채로 땅바닥을 벌벌 기면서 무조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한껏 돋운 목청이 구슬프기도 했다. 그러기를 한동안….

“@#$%^#$#$ 한궈렌?”

야밤에 홀랑 벗은 알몸 상태에서 중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알 턱이 있나. 구슬픈 비명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 청년들은 3류 감독이 외국인임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무작정 두드려 팬다고 답을 얻을 수는 없지. 그제야 청년들은 조금씩 진정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3류 감독도 덩달아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천만리 머나먼 곳에서 옷도 입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할 줄 알았는데 그나마 진정되는 분위기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한궈렌’이란 단어도 귀에 쏙 들어올밖에.

“한국인 아니무니다. 재패니즈! 닛뽄! 다꾸앙, 삐루, 아지노모도, 도요타!”

일단 살고 봐야 했지만, 그래도 애국심은 살아 있었으므로 3류 감독은 되는 대로 일본말을 지껄였다. 그 와중에 땅바닥에 누워 있던 나시족 아가씨는 번개처럼 옷을 꿰어 입었는데… 그 옷 입는 속도가 번갯불에 콩이라도 구워먹을 만했다.

“아! 다꾸앙?”

함께 뒹굴던 저 아가씨는 어째서 아무도 응징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의아해하던 중에 또다시 몽둥이세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일본인 흉내를 낸 것이 실수였을까?

눈을 감으면 별이 번쩍이고, 눈을 뜨면 횃불이 춤을 추고 있었다. 엉덩이에 멍이 드는지, 엉덩이 살갗이 구워지는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주춤! 왜 그럴까? 하고 옆을 돌아보니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잽싸게 도망쳤던 강준호임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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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