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2회> 감추어진 승부 46
과연 3류 감독은 초지일관의 자세가 일품이었다. 처음에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이루는 일, 북산에 살던 90세 나이의 우공(愚公)이 집 앞을 가로막고 있던 태항산과 왕옥산을 옮기기 위하여 정을 들고 나섰던 것처럼… 그는 나시족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여강시 변두리의 술집을 찾아 나섰다.
“낮에 그렇게 코피를 흘리고도 19홀을 돌 수 있겠어요?”
“아무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헌혈을 좀 하고 났더니 몸이 훨씬 개운해지는 느낌입니다. 나시족 아가씨와 끈을 대 놓은 곳이 어디예요?”
어찌 보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화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이 아니라, ‘될 때까지 하고야 만다’는 3류 감독의 오기를 빗댄 말인지도 모르겠다.
“이 야심한 시간에 차를 대절해서 기필코 변두리까지 나가야겠습니까? 여강시 경계만 벗어나면 호랑이라도 나올 만한 산골 깡촌이던데…”
“아이고, 팀장님! 양어장에 양식 물고기가 아무리 많은들 뭐에다 씁니까? 오리지널 나시족 아가씨들이 우릴 기다린다는데 지옥엔들 못 가나요?”
강준호는 은근히 뜸을 들이는 기색이었고, 3류 감독은 이왕 지핀 불에 부채질을 해대는 격이었다. 단수로 보면 단연 강준호가 고수였다. 억지로 끌려가는 것처럼 하면서도 결국 호박씨를 제대로 깔 사람은 강준호일 것이 분명했다.
“ㅎㅎㅎ… 지옥에라도 가시겠다고요?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이 지옥보다 더 무서운 곳이면 어쩌시렵니까?”
“지옥 할아비라도 나시족 아가씨만 있어준다면… 아무 상관없습니다.”
“정말이지요?”
“그럼요, 팀장님.”
대절해 온 택시기사가 두 사람을 내려준 곳은 동파교를 믿는 나시족의 성지 ‘동파만신원’ 입구였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서 있는 만신원 입구는 말 그대로 지옥 입구와도 같았다. 낮에 나시족 아가씨와 수작을 하며 대충 설명을 들었던 터라 강준호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3류 감독은 으스스한 분위기에 놀라 벌벌 떨기 시작했다.
“팀장님, 술집으로 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새삼스럽게 왜 그렇게 아마추어같은 말씀을 하시지요? 술집에 가봐야 술집 아가씨밖에 더 만나겠습니까? 내가 줄을 대놓은 여자들은 오리지널 나시족 아가씨들이란 말입니다. 이를테면 양갓집 규수들이라고요.”
“오라, 양갓집 규수… 구미가 당기긴 하는데, 어째서 그런 규수들을 이토록 으스스한 곳에서 만나지요?”
“양갓집 규수들이니까… 부모 몰래 우리와 만나야 할 거 아닙니까. 원래 나시족은 모계 중심이라, 엄마나 할머니가 집안의 왕초거든요? 그러니 아버지보다 딸을 감시하는 눈이 섬세하지요. 집 근처에서 어기적거리다간 웬만하면 들킨다고요.”
“아하, 그래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려움에 질려 아래턱을 덜덜 떨던 3류 감독은 강준호의 말을 듣더니 언제 그랬는가 싶게 호기를 부리며 신로(神路)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는 여자만 보면 귀신 치마폭에서라도 상열지사를 벌일 만한 한량임에 분명했다.
지옥에서부터 이승을 거쳐 극락으로 이어진다는 신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과연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365개에 달한다는 부조들, 나무를 깎아 장승처럼 세워놓은 인간군상들 틈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 검은 바탕색 치마에 붉은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여자임에 분명했다. 아, 예쁜 여자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상대가 젊은 여자임을 알아 챈 3류 감독은 침부터 꿀꺽 삼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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