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임대주택 매출 9313억·매출원가 2.4조원
수선유지비 1조 가까이 들어…지을수록 손실
교차보전 중단에 조직 분리…LH 재정 부담↑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임대주택 등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와 속도전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운영 손실이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같은 기간 손실이 8000억원 초반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4년 새 임대주택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날수록 임대료 수입보다 감가상각비와 수선유지비, 대출 지급이자 등 운영비용이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만성적인 적자를 방치한 채 양적 공급에만 치중할 경우 LH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물론 입주민 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임대주택 운영 손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H 임대주택 매출액은 9313억원, 매출원가는 2조3965억원으로 집계됐다. 임대 수입보다 주택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2.5배가량 많아 손실액(매출총손실)만 1조4652억원에 달한다.
매출원가 중 노후화된 임대주택을 수선 유지하는 비용(9191억원)이 1조원 가까이 들었다. 이어 ▷감가상각비 8126억원 ▷지급이자 4557억원 ▷지급수수료 1215억원 ▷기타비용 87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LH 임대주택은 최근 5년간 모두 손실이 발생했는데, 지난 2022년 상반기 기준 804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사이 82.2%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손실액은 2022년 8040억원→2023년 8653억원→2024년 1조1833억원→2025년 1조3434억원→2026년 1조4652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2022~2025년 손실액을 모두 합하면 9조5164억원에 달하며, 올해 상반기 손실까지 포함하면 최근 4년 반 동안 쌓인 누적 적자만 11조원(10조9816억원)에 육박한다.
LH 관계자는 “2022년에 비해 현재 관리하는 임대주택 물량 자체가 늘어났고, 특히 매입임대주택이 증가하면서 수선유지비와 관리비 등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며 “임대료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물량이 늘어날수록 적자 폭이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임대주택 손실 보완책이 부재한 가운데 공공주택 공급 속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하며 1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 재고를 2024년 193만1000가구에서 2030년 250만가구+α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공공주택 118만8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인데, 이중 건설임대 35만가구, 매입임대 31만3000가구, 전세임대 23만가구, 공공지원민간임대 5만2000가구 등 공공임대 물량이 전체 공급량의 80%(94만5000가구)를 차지한다.
이 대통령 또한 공공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을 조기에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연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초과세수를 활용해 청년과 중산층용 공공장기임대 주택도 조기에 대량공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잇따른 게시글에서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 건설은 부족한 주택 조기 공급효과 외 내수경기 활성화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에 긴급하고 중요하며 효용성 높은 정책”이라며 “일부에서 인허가받고도 분양 우려로 착공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해 LH로 하여금 미분양분을 매입임대용으로 매수확약해주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임 국토부 장관과 LH에게 집 못 지어 미친 것처럼 국가 명운을 걸고 조기 대량 공급에 매진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공급 속도전을 위한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임대주택 운영 모델 확립과 정교한 손실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은 LH에 ‘미친 것처럼’ 집을 지으라고 주문했지만, 정작 지금 운영 중인 임대주택에서조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손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물량만 밀어붙이면 LH 재정은 버틸 수 없고, 그 청구서는 결국 국민 세금과 입주민의 주거 질 저하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분양 매입 확약까지 LH에 떠넘기는 것은 공기업을 정책 실패의 뒷감당 창구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물량 경쟁에 앞서 지속 가능한 임대 운영 구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임대주택 사업의 적자를 택지 매각 대금으로 메우던 교차보전 방식도 불가능해지면서 LH의 재정 부담은 나날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LH의 택지 매각을 두고 ‘땅장사’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구조 개혁을 주문해 왔다. 특히 정부가 LH를 개발·건설 부문과 주거복지 부문으로 쪼개는 조직 분리를 추진하면서 임대주택 운영 적자를 감당하거나 보전할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불확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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