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아리야싱헤 아태·중동 부사장 인터뷰
국내 금투사 해외 토큰화 사업 주목
원화·유로 결제 효율 높일 여지 충분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은행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토큰화 프로젝트가 파일럿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실제 가동되는 배포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니키 아리야싱헤 체인링크 아태지역 및 중동 총괄 부사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디지털자산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몇 년 동안 쌓여온 흐름이지만 지금은 기관들의 딜이나 프로젝트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본다”고 말헀다.
아리야싱헤 부사장은 “펀드가 토큰화될수록 필요한 서비스의 범위도 상당히 넓어진다”고 말했다.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를 온체인에 반영하거나 기존 오프체인 업무와 스마트컨트랙트를 연결하는 기능이 필요해지는 만큼 토큰화 사업이 상용 단계로 넘어갈수록 관련 인프라 수요도 함께 커진다는 설명이다.
체인링크는 최근 토큰화 자산을 담보로 활용한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풀크럼’(Fulcrum)도 공개했다. 풀크럼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 있는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담보 가치와 비율을 자동으로 점검하는 솔루션이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해외에서 먼저 토큰화 사업 경험을 쌓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미래에셋 등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해외에서 실제 사례를 만들면 이를 토대로 한국 규제당국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체인링크는 블록체인 외부 데이터를 온체인으로 연결하는 오라클 네트워크에서 출발해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과 토큰화, 컴플라이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온체인 금융 인프라 기업이다. 최근에는 한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판게아(Project Pangea)’를 통해 원화와 유로화 간 실시간 결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판게아에는 국내 은행 10곳과 유럽 은행 37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원화와 유로화 거래를 실시간으로 맞교환하는 지급대지급(PvP) 결제를 구현하는 것이다.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이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외환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리야싱헤 부사장은 특히 원화·유로화 시장에 결제 효율을 높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달러·유로 등 주요 통화는 외환 동시결제시스템(CLS)과 같은 기존 결제망을 통해 비교적 효율적으로 거래되지만 모든 통화쌍이 같은 환경을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외환시장은 서로 다른 통화 간 거래 회랑(corridor)이 모여 있는 구조”라며 “원화·유로 시장은 아직 효율성을 높일 여지가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과 유럽 간 무역 회랑은 세계 12위 규모라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한국과 유럽 은행에 동일한 온체인 전환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규제 환경부터 블록체인 활용 경험까지 시장과 금융회사별 여건이 크게 달라서다. 미카(MiCA) 등 관련 규제가 이미 마련된 유럽과 달리 한국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은행별 블록체인 활용 수준에도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기관 토큰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시점으로는 2027~2028년을 거론했다. 아리야싱헤 부사장은 “이번 한국 방문 도중 국내 증권사 및 운용사 관계자들과 라운드테이블을 가졌다”며 “2027년이 토큰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가속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체인링크는 국내 금융사와 함께 별도의 토큰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해외 적격투자자들이 한국의 펀드 전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역외 구조다. 아리야싱헤 부사장은 “이제는 단순히 펀드를 토큰화하는 단계를 넘어 어떤 구조로 더 다양한 투자자층에 접근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단계”라며 “실제 구조는 온체인과 오프체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