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서울 송파구(구청장 박춘희)의 삭막하고 어두웠던 골목이 디자인을 덧입어 새롭게 태어났다. 바로 송파구 거여1동 오금로 53길 80m 구간으로 작년 11월 재미와 생기가 넘치는 골목길로 재탄생했다. 이름은 ‘숨솔길’.자연과 조화를 이룬 사람 사는 동네를 만들고자 ‘소나무가 숨 쉬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동네 곳곳에 재미있는 그래픽과 픽토그램(특정 의미를 간단한 그림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그림 문자)이 그려져 이야기를 전달한다. 초입부터 파이팅이 넘친다. 건물 벽면에 그려진 치어리더 2명이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아주며, 그 아래‘아름다운 숨솔길 만들기’라고 적힌 담장이 본격적인 숨솔길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길을 걷다보면 건물 외벽을 장식한‘큰 소리로 떠들지 않아요’, ‘애정 표현은 둘이서만 해요’, ‘마주치면 인사해요’등 우리 생활 속 골목길 에티켓을 담은 픽토그램들이 정겨운 길동무가 된다.
이 외에도 재미(fun)을 담은 그래픽 디자인 요소가 넘친다. 길 중간 중간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웃으세요’와 같은 실생활 언어와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고 있고, 건물 계단은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는 모습을 표현해 위트를 전한다. 또한 허전한 벽면에는 깨진 타일을 이용해 주차 공간임을 알리는 담장벽화를 꾸미고, 현관 유리문에는 민들레 모양 스티커를 붙여 통일감을 높였다.
후미진 곳이라 다소 위험하게 느껴졌던 골목에 그래픽디자인이 더해지면서 훈훈함이 감돌게 됐다. 권혜운(43)씨는 “허름한 골목길이 재밌게 변하면서 가족이나 이웃과 자주 오고가게 된다”며 “덕분에 가가호호 웃음꽃이 피고, 소통이 뜸했던 이웃과도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또 영풍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숨솔길이 위치해있어 학교폭력이나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거여동에 8년간 거주한 이윤정(43)씨는 “우리 동네가 디자인 하나로 이렇게 환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특히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들이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게 돼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동네주민을 대상으로 숨솔길에 대한 설문을 해본 결과, 87.1%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동네에 대한 애착(93.5%)도 높아졌다고 나왔다. 또한 범죄피해예방(71.0%) 및 학교폭력예방(74.2%)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안전한 ‘숨솔길’의 탄생에는 주민들과 학생들의 힘이 컸다. 우선 골목길을 변화시키기 위해 송파구와 도시디자인 관학교류 협약을 맺은 협성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재능기부가 더해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효현(25) 학생은 “골목길에 생기가 더해졌다며 기뻐해주시는 주민들 덕분에 덩달아 뿌듯해졌다”며 “공공디자인을 현실에서 구현해보며 실전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주택가 골목을 변화시켜보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은 지난 3월, 송파구 골목길 경관개선사업의 대상지로 거여1동 골목길이 선정되면서 부터다. 거여동은 송파구에서 비교적 낙후된 지역으로 여겨진다. 70년대 청계천 철거민들이 옮겨와 살면서 30년 넘게 그 시절 풍경을 간직한 추억 속 마을로, 한번 터를 잡은 이후 몇 십 년 넘게 눌러앉은 터줏대감이 대부분.
구관계자는“기존에 공터에서 작은 텃밭이나 폐지 수집을 해오며 생활하던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쉽지마는 않았다. 하지만 변화된 골목길을 보며 만족감을 드러내는 주민들을 보면서 더 보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도 함께 개선할 수 있었다. 골목길 미관을 해치던 공간은 화단이 꾸며진 주민들의 쉼터로, 숨솔길 후미에 위치한 거여1동 주민센터 입구는 책장을 갖춘 신설 독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안전한 스쿨존 만들기도 이뤄졌는데, 초등학교 앞 골목길을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도로 포장 패턴을 달리해 차도와 도보를 구분 지었다.
이처럼 송파구는 지역 정체성과 창의성을 접목한 디자인을 개발해 구만의 독특한 경관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과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손잡고 지역 내 낙후된 공공 공간을 갤러리로 꾸미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 풍납토성 주변 골목길 경관개선사업 등을 협력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