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서, 휴대전화 문자에 ‘예스, 노’ 답할 시간도 없었거든요. 지금은 딱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연주만 할 수 있고. 오히려 이번 일이 제가 생각치 못했던 길을 열어준 거 같아요.”

플루티스트 최나경(30)이 오스트리아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고 녹음한 음반 ‘모차르트 플루트 콰르텟’를 들고 21일 내한했다. 고향인 대전집에 머물면서 24일 출국 전까지 매일 KTX로 집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언론을 만나고 있다.

그는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플룻 수석 주자로 지낸 지난 1년 동안 인생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모두 경험했다. 245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빈 심포니 역사 상 동양인 최초, 여성 최초, 최연소 수석에 올라 ‘여왕’ 대접을 받다가 50대 현지 여성인 플룻 부수석의 극심한 텃세에 시달렸고 지난 8월 그의 종신 계약 여부를 묻는 단원들의 찬반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고 짐을 싸야했다. 이 결과를 두고 한 영국 저명 음악평론가가 인종ㆍ성차별 의혹을 제기, 사태가 일파만파 커져 세계 클래식계로부터 집중을 받았다. “오케스트라 안에선 다 알고 있는 일이었어요. 그 칼럼이 나가고선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언론에서까지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제 발언으로 인종차별 이미지만 부각될 게 뻔하니까 거절했지요. 제 친구들이 매일 출근해야하는 오케스트라인데, 몇몇 사람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부채질하는 게 싫었어요.”

그는 그 동안 한결 차분하고 성숙해진 면모를 보였다.

플루티스트 최나경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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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빈 심포니에서 사귄 음악 친구들, 빈 심포니의 악장과 비올라 수석, 첼로 수석과 함께 낸 이번 음반은 비엔나 음악의 정수를 담았다. “다들 비엔나 토박이에요. 가장 비엔나적인 모차르트를 연주하고 싶었어요. ‘이게 비엔나 스타일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으실 거에요. 이번에 아이디어를 모으고 다듬는데 그들이 ‘어떻게 우리나라 음악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주하느냐’고 깜짝 놀래더라구요. 외할아버지(이상덕 전 청주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엄마, 외삼촌도 다 음악을 해서, 어렸을 때부터 모차르트를 가장 많이 들었고,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흥얼댔다고 얘기하면, ‘그래서 자연스럽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여요.”

유럽에서 음반 판매가 순조롭고, 연주회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오는 25일부터 불가리아, 이탈리아, 독일, 핀란드 등 공연일정이 꽉 잡혀 있다고 소개했다. 빈 심포니에 앞서 먼저 몸 담았던 미국 신시내티교향악단으로부터 플룻 수석 공식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분간 교향악단에 들어갈 일은 없을 거 같다. 지금이야말로 소속된 학교나 교향악단 없이 온전히 나 혼자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시간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곡들, 녹음하고 연주하고 이런 일정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플루티스트 최나경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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