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5> 감추어진 승부 (69)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고비사막으로 들어가는 길이 어디 한 곳 뿐이랴? 중국 서북쪽 둔황을 거쳐 들어가는 길도 있고, 몽고를 질러 들어가는 길도 있다. 그뿐일까? 마음만 먹으면 산을 통해서도 가로질러 갈 수 있고, 낙하산을 타고 사막 한 가운데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본격 사막으로 들어가는 길은 쓸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쩌다가 중국정부에서는 사막 어귀의 명사산을 개발, 단장해 놓아서 둔황을 통해 들어가는 입구만큼은 늘 관광객들로 붐비긴 하지만 본격 사막에 다다르면… 보이는 것이라곤 하늘과 모래 뿐, 파리 한 마리 날아다니는 것도 보기 어렵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방금 전에 서너 대의 차량이 달린 것을 증명하듯 바퀴자국이 몇 가닥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것 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다가 젊은 여자 두 명이 탄 빨간색 무개차 한 대가 나타나면서부터 사막은 도떼기 시장으로 바뀌고야 말았다.

어쩌다 열리는 ‘콘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 국제대회에서나 겨우 구경할 수 있을만한 명차들이 벌떼처럼 사막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도 그 명차들은 가끔씩 범퍼를 부딪칠 지경에 이르도록 간격을 좁혀 달리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이거나, 클랙슨을 빠아아앙! 울리며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자연히 그 차량의 무리 주변에는 모래먼지가 자욱하게 날려 마치 먹구름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지경이었다.

“예원희 씨, 저기 보여요?”

그 먹구름의 선두에 서서 신나게 달리던 강유리가 먼 곳을 가리키며 예원희에게 물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 가보니 고요하게 멈춰 서 있는 차량 한 대가 밤톨 만 하게 눈에 보였다.

“저거, 1974년 산 치타가 분명하지요?”

“아! 그런 것 같습네다. 도종호 상무께서 약을 써놨다고 하시더니… 그 효과가 즉각 나타나고 말았습네다.”

“처음부터 믿음직스럽더니… 역시 일을 확실하게 끝내놓으셨네요. 그럼 우리는 이쯤에서 사진 촬영이나 시작할까요?”

“내레 좋습네다. 강 유리 선수께서 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명차들 뚜껑을 짓밟는 모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거립네다.”

1974년 산 치타가 요르단 국적 기를 단 블랙 이글스에 의해서 즉, N-Dos 소령이 살포한 신경가스로 인해서 멈춰 섰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은 어제 밤에 짜놓은 작전대로 재벌2세와 도종호 상무의 사주를 받은 그 누군가가 연료탱크에 구멍을 뚫어놓아서 치타가 멈춰 선줄로만 알고 있었다.

더구나 1974년 산 치타 곁에 쓰러져 있는 모리타니아의 젊은 병사들 모습도 멀리서는 볼 수 없었다. 사막이 평탄하기만 한 것 같지만 사실은 바다 표면에 파도가 일 듯, 사막 표면도 구불구불 울퉁불퉁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카메라 준비하세요. 나는 비키니로 갈아입을게요. 뭐, 갈아입을 필요도 없지. 윗도리와 치마만 벗어버리면 되니까요.”

강유리는 저 멀리 1974년 산 치타의 운전석에 쪼그려 앉아있을 유호성이 자기를 충분히 가려볼 수 있을만한 곳에 차를 세우고는, 운전석을 딛고 올라서서 윗도리부터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황금빛 사막 위에 빨간 핏빛 무개차 한 대가 고요히 멈춰 서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그림이었다. 하물며 그 위에 날렵하게 올라선 아름다운 8등신 미녀가 춤추듯이 우아하게 옷을 벗는 모습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그림이었다.

“오마나, 강유리 선수 몸매가 꼭 인어 같습네다. 그토록 늘씬하고 예쁜 줄은 내레 미처 몰랐습네다.”

예원희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뒤따라왔는지 값비싼 명차들이 엔진소리를 갸릉대며 그 주위를 겹겹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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