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무대 위로 안개인 듯 연기가 피어오르면 무용수의 모습이 관객의 시야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다 한다. 천정에서 물이 비처럼 떨어지고 무용수의 몸짓은 격렬해진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 ‘스푸마토’(12일~1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중국 쓰촨성 대지진 피해를 소재로 삼았다.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고통 받는 개인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공연 중간에 실제 위난성과 쓰촨성의 피해 난민 인터뷰 영상이 10여분간 등장하기도 한다.

프랑스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42ㆍ사진)은 “자연 재해로 인해 피해입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많이 했다. 피해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를 잃고, 집을 잃은 뒤에 심리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증언과 몸을 어떻게 결합시킬까 생각하게 됐고, 말로는 전달하지 못한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무대에선 안개와 물을 볼 수 있다. 이 물과 무용수가 마치 싸우는 것처럼 겨루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공연 중 자연과 인간이 겨루기를 하는 긴장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시드 우람단.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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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드 우람단.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라시드 우람단.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우람단의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 ‘먼...로인(Loin)...’ 역시 ‘스푸마토’와 주제 면에서 비슷한 경향성을 띤다. 전작에서 그는 베트남 라이차우 수몰지역에서 실제 난민을 취재해, 사회와 집단의 폭력이 개인을 어떻게 무력하게 만드는 지를 몸짓으로 보여줬다. 자연이나 사회 집단 앞에서 약자인 인간 개인의 삶은 예술가의 시선을 거쳐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우람단은 “예술은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그 시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며 “무용은 단지 몸의 움직임이 아니다. 무용도 굉장히 정치적일 수 있고, 사회적인 부분에 관여할 수 있어야한다. 복잡다단한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람단은 “전쟁에서 고문받은 사람을 인터뷰했을 때, 이들이 정말 원한 것은 정신과 치료가 아니라 시나 글 같은 문학이었다”며 예술의 치유 기능을 강조하면서, “내 자신을 얘기할 때 ‘무용한다’는 얘기 보다 ‘정말 현실적 예술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예술가가 순수예술로써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에 머무르면 안 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해야한다는 소리다.

프랑스에선 이런 사회참여 예술이 점차 확산 중이라는 말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화가가 전쟁 장면을 많이 그렸다. 60~70년대부터 떼아트르-다큐 전통이 있었다. 그러다 예술이 여가의 하나로 전향됐었는데, 이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통해 인간에게 교훈과 교육을 줘야한다. 예술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것이 사회변화의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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