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2주째…미국사회 풍경 2제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10일째 셧다운된 가운데 수도 워싱턴DC의 기념관 앞뜰에서 묵묵히 잔디를 깎는 한 남성의 애국심에 미국민이 열광하고 있다.

잔디 깎는 사진 한 장으로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화제의 주인공은 멀리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지난주 상경한 크리스 콕스<사진>라는 중년 남성이다.

콕스는 정치권이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불사하며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자 ‘앉아서 지켜만 볼 수 없다’는 마음에 수도를 향해 차를 몰았다. 그의 차 트렁크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피켓이 아니라 잔디 청소기구가 들어 있었다.

그는 “기념관도 셧다운됐다. 여기서 이러면 안된다”는 국립공원관리국 소속 경비원의 만류에도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링컨기념관과 전쟁기념관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잔디를 깎고 있다.

그의 용기있는 행동은 트위터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방송도 타게 됐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지역 라디오방송인 ‘올 뉴스 99.1’에 출연한 그는 진행자가 상경 이유를 묻자 “우리들의 기념관이 지옥으로 바뀌는 것을 내버려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치권이 기념관 문을 닫더라도 우리는 쓰레기를 치우고, 유리창을 닦고,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고, 나무를 보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콕스의 행동을 접한 미 국민은 소셜미디어에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 “이것이 바로 미국의 힘”이라는 찬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USA투데이는 10일 “셧다운 사태에 거의 모든 이가 불만만 늘어놓는 것과 대조적으로 콕스는 실제 행동을 통해 민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이라 민주당을 겨냥한 ‘변종 시위’가 아니냐는 정치적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잔디 청소에 들어가기 전날 지역구 하원의원인 마크 샌퍼드 의원과 만났고, 잔디 깎는 기계에 주 깃발을 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정치적 동기는 전혀 없다”며 “우리 참전용사의 기념행진을 앞두고 기념관 주변을 말끔히 단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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