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다음주 14일부터 20일간 진행되는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매년 반복됐던 국감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또다시 반복될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되어 온 국감의 문제점 중 하나는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에 질의를 할 때 똑같은 질의를 되풀이함으로써 아까운 국감 기간을 낭비한다는 것이었다.
11일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주관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진행된 국감에서 13개 상임위는 모두 514개의 사안에 대해 1703회나 같은 내용의 질의를 반복했다. 1개의 사안에 평균 3.31회 반복 질의를 한 셈이다.
상임위 별로 살펴보면 보건복지위원회는 111개의 사안에 대해 369개 같은 질의를 계속한 것으로 집계돼 중복질의 문제가 심각했다. 이어 정무위는 55개 사안에 대해 188개의 같은 질의를 반복했고, 외교통상통일위는 54개에 186개 질의를 되풀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국감은 20일밖에 안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감사 준비를 한다는 명분으로 일주일에 하루 씩을 빼먹고, 시찰을 가는 날도 국감을 빼먹는 등 시간의 낭비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외교통상위의 남미반은 첫날 국정감사를 했던 브라질 대사관까지 2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정작 국정감사 시간은 불과 2시간 7분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파리 대사관에서 진행된 주프랑스대사관과 주UNESCO대표부, 주OECD 대표부 국감을 위한 비행기 소요시간은 12시간이었는데, 감사 진행시간은 2시간 22분에 그쳤다. 도쿄에 있는 일본 대사관의 경우 비행기 이용 소요시간은 2시간, 감사시간은 겨우 50분이었다.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의 경우 10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1시간 40분 국정감사를 했다.
홍금애 기획실장은 “의원들이 증인을 50명, 100명씩 신청해서 정상적인 국감 운영을 어렵게 하는 일도 매년 반복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피감기관 역시 불성실한 국감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감사장 뒤에 앉아 있는 피감기관 실무자들이 조는 경우가 많아 의원들이 이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잦다. 또 피감기관 한곳 당 100명 이상씩 몰려온 실무자들이 감사장 바깥 복도 등지에 무질서하게 앉아 있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이다.
홍 실장은 “피감기관의 장(長)이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오만불손한 모습을 감추지 않는 것도 국감의 꼴불견 모습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법이 통과돼서 국감을 30일간 할 수 있게 됐는데 이번에도 20일밖에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다른 정치적 사안이 국감보다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회부터 법을 지키고 중복질의ㆍ재질의가 없는 성과 있는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