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이 쌓아놓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메스’를 가하기로 한 것은 이 기금이 공기업의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급의 주요 통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급여나 경영 성과급 이외에 자녀학자금, 경로효친비, 복지포인트 등 숨겨진 복지 혜택을 공공기관 직원들이 향유할 수 있는 데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이 기금을 통한 복리후생비 지급은 근로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아 소득세를 낼 필요도 없다. 수익을 못내고 엄청난 부채를 떠안으면서도 지속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복지 파티’ 근절을 위해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용에 대한 규제가 절실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부채가 많은 공기업의 경우 근로복지기금을 복리후생비에 앞서 빚을 갚는데 먼저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또 규정을 어기고 과도하게 기금을 쌓는 경우도 경영평가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공공기관의 여러 방만 경영 행태 중 상당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의 편법적 운용을 통해 이뤄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도로공사 직원 중 사내근로복지기금과 예산을 통해 이중으로 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받은 경우가 26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0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상적인 임금 인상이 어려워지자 2010년부터 2012년 8월말까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추가로 30억원을 복지포인트로 사용해 직원 1인당 233만원을 지급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내현 민주당 의원도 인천공항공사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연간 500만원의 부모 입원의료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고 있으면서도 가족 입원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펑펑 쓰면서 이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 공공기관들도 있다. 실제로 한국조폐공사가 근로복지기금으로 대학생 자녀 학자금 대출 상환액의 80%를 지원해 오다 기금이 고갈돼 지난해 10월부터 중단한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일부 적자 공기업들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바닥이 나자 기금 충당을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09년말 1인당 기금누적액이 500만원 이하 기관은 세전순이익의 5%, 500만원~2000만원은 2%까지만 출연가능토록 하고 2000만원이 넘는 기관은 출연을 불가토록 하는 지침을 정했지만 일부 공기업의 방만 경영 행태를 방지하지 못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보유한 86개 기관의 출연금 총액은 지난해 말 현재 1405억원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