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구두 닦는 사람이 많이 줄어서 걱정이지만, 그래도 나보다도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자체가 우리 부부에겐 큰 기쁨입니다.”

강규홍(59)ㆍ김성자(49) 부부는 서울 관악구 관악구청 인근에서 20년 넘게 구두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나란히 앉아 일하는 작은 구두수선대는 지난 20여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일터다.

강 씨는 “구두 닦는 일을 시작하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했고, 두 아이도 대학까지 보냈다”며 “ ‘구두닦이’라 불려도 이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1990년 음주 후 교통사고를 내면서 합의금으로 가산을 탕진했던 경험이 있다. 당장 가족을 먹여살리는 것부터가 막막했던 강 씨는 영등포구청 인근의 한 구두수선가게를 찾아가 구두 닦는 기술을 알려달라고 매달렸다.

강 씨는 “그때 만났던 분이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내게 기술을 가르쳐줬다”며 “손가락이 부르트는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내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이때부터 아내도 같이 이 일을 배워 함께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구두 닦는 기술이 노련해질수록 그의 구두수선대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매일 신바람나게 일했지만 IMF 외환위기는 구두미화원이라고 비켜가지는 않았다.

강 씨는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실직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갈수록 캐주얼한 복장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도 많아지면서 구두를 닦으러 오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구두 한 켤레를 닦는 데 500원이던 가격이 지금은 3000원으로 올랐지만, 벌이가 그만그만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만큼 강 씨는 남을 돕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그는 ‘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말을 믿는 만큼 구두 닦는 일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매해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관악구 구두수선대 운영자 모임인 ‘관악녹지회’ 회장을 맡으며 각종 봉사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도 지역 구두미화원들과 힘을 합쳐 지난 21일 하루 동안 구두를 닦아 번 돈 210여만원을 이웃을 돕는 데 내놓았다.

강 씨는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20여년 갈고 닦은 기술을 무료로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이라고 희망사항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