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매력적이다. 모델 출신인지라 키도 크고 외모도 서구형 미인이다. 그런데 웬걸? 절대 내숭이 없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여자’가 아닌 ‘배우’로서 충실히 임한다. 바로 배우 박효주의 이야기다.
충실히 한 길을 걸어온 박효주의 매력은 영화 ‘더 파이브’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그동안 주로 중성적인 캐릭터로 보이시한 모습을 선보인 그가 이번 영화에서 촌티 펄펄 나는 전도사로 변신했다. 밝은 척, 늘 웃음을 짓고 살지만 실상 누구보다 깊은 아픔을 지닌 캐릭터로 은아(김선아 분)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캐릭터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캐릭터인만큼, 박효주의 책임이 무거웠다. 그는 “혜진의 첫 등장부터 사로잡혔다. 당장 하고 싶었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
“시나리오 안에서도 유난히 그 역할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웹툰을 본 적도 없지만 너무 탄탄한 시나리오였죠.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자 가면을 벗는 인간들의 모습이 너무 와 닿았어요. 사실 ‘추적자’ 끝나고 바로 처음으로 정한 작품이기도 해요. 저한테는 그 시기가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또 ‘추적자’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더 끌렸던 것 같고요.”
혜진은 절대 만만한 캐릭터가 아니다. 가슴에 쌓아둔 슬픔을 꺼낸 뒤 돌변하는 표정부터,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비장한 결심을 하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저도 그런 부분이 끌려서 작업했죠. 뭔가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물론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실제로 제가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여러 가지 준비할 장치들이 많았죠. 밝은 모습을 준비하는 것보다도 혜진의 어두운 마음을 채우는 걸 작업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아픔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밝은 모습이 묻힐까도 두려웠고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효주의 파괴력은 보는 이들을 놀랍게 한다. 그런데 박효주의 대답은 달랐다. “결과는 늘 아쉽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스크린을 통해서 모든 걸 전달하다는 게 늘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결과보다도 그 과정이 너무나 값졌으니까요. 제가 그만큼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과정이 참 고마웠어요. 혜진이 캐릭터를 통해서 제 삶 자체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요. 혜진이는 저에게 있어 고맙고, 가슴 한 켠이 아린 존재였어요.”
박효주가 극 중 가장 많이 부딪히고, 살이 닿는 사람은 바로 김선아다. 은아의 아픔을 달래는 유일한 인물 혜진과 그런 그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여는 은아의 모습이 아프게 그려진다. 실제 김선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저도 참 남자선배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 여자선배들이 그렇게 편하진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언니한테 애교를 많이 부렸던 것 같아요. 빨리 친해지기 위해 애썼죠. 촬영 들어가기 전보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제가 극 중 혜진이 되서 은아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거든요.(웃음) 그런 편지를 언니랑 주고 받으면서 더 친해졌어요. 정말 소중한 인연이죠.”
박효주에게 여성적인 모습을 기대하긴 힘든걸까? 많은 작품 속에서 그는 항상 개성 있는 캐릭터로 군림했다. ‘청순가련형’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가 생각하는 여성성은 좀 달라요. 여리고 아름다운 것도 여성성이지만, 단단하고 참아내는 여자만의 강인함도 여성성인 것 아닐까요? 제가 연기할 때 남성의 성격을 파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오히려 이런 역할들을 하면서 여성성이라는 넓이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굳이 틀을 정해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고정적인 ‘여성성’을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것도 너무 즐겁더라고요. 물론 가끔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여자를 연기하고 싶기도 하죠. 하하.”
참 자연스러운 배우다. 실제로 김윤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윤석 선배님은 정말 따뜻하고 좋은 분이다. 저한테 자연스럽게 생긴 게 마음에 든다고 하시더라”면서 “항상 모든 작품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시는 것 같다. 정말 배울 게 많다”고 웃어 보였다.
요행을 하지 않고, 모델에서 연기자로 ‘바르게’ 전향한 배우 박효주는 “원래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를 꿈꿨던 그는 장영남과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옆자리에 앉았을 때 떨리는 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그 당시 과감히 모델을 그만두고, 극단으로 들어갔어요. 방송 매체 출연 기회는 잘 주어짖 않으니 처음부터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죠. 장영남 선배와 서주희 선배를 정말 좋아했어요. 한 2년 전쯤인가 영화제 시상식에서 장영남 선배가 제 옆에 앉아계신 거예요. 저도 모르게 ‘선배님과 같이 후보에 올라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해 버렸죠. 하하. 그런 시간들이 참 소중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질문 속에 살면, 그 질문의 답에 사는 나를 발견한다’거든요. 그 말이 어느 순간 와 닿더라고요. 이제 어렸을 때처럼 ‘내가 배우이냐 아니냐’에 대한 불안감은 없고요.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필모그래피와 내공을 쌓은 박효주는 어느 덧 몰라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자신만의 색깔이 빛나는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 속을 파고드는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