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출신 뮤지션 심사·진행까지 무산위기 대회 성황리에 마쳐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의 산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난 24일 오후 5시 서울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올해 대회는 기업의 후원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무산 위기에 놓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은 대회 출신 뮤지션들이었다. 이들은 ‘유재하 동문회’를 조직해 대회의 홍보부터 심사와 진행까지 손수 맡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회는 다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관심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올해 대회엔 역대 최대 규모인 482개 팀 15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고, 1ㆍ2차 예선을 거쳐 10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올해 대회는 실용음악과 출신 여성 참가자들이 강세를 보였다. 10개 팀 16명의 본선 진출자 중 무려 12명이 여성이었고 9개 팀이 실용음악과 출신이었다. 대상 역시 여성 참가자의 차지였다. 자작곡 ‘서울여자’를 부른 강민주(국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씨가 대상인 ‘유재하음악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여자’는 부산 출신인 강 씨가 바라본 서울 여자의 모습을 위트 있게 표현한 재즈풍의 곡으로, 강 씨는 수준급의 기타 연주와 함께 돋보이는 무대를 꾸몄다. 강민주 씨는 “여러 장르를 잘 소화할 수 있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상과 은상은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출신인 이설아 씨의 ‘운다’와 동 대학 출신인 조민휘 씨와 윤유진 씨로 구성된 팀 ‘일상다반사’의 ‘지나가기에 더 아름다운’에게 돌아갔다. 동상은 대회에 네 번째 도전한 끝에 본선에 오른 홍이삭(버클리 음대) 씨의 ‘봄아’의 차지였다. 특히 홍 씨는 ‘유재하 동문회’의 투표로 뽑은 특별상 ‘유재하 동문회상’까지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참가자의 경연이 끝난 뒤 ‘유재하 동문회’ 출신 50여 명의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올라 합창한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무대는 대회의 압권인 장면이었다.
작사ㆍ작곡ㆍ편곡 및 연주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대회의 특성상 참가자들은 대부분 기타 혹은 피아노 한 대의 단출한 편성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여백에선 현악과 리듬 섹션 등을 가미한 풍부한 편곡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곡들의 내실이 탄탄한 만큼 쉽게 대상 수상자를 점치기 어려운 대회였다. 이는 참가자 수준의 상향평준화를 의미하지만, 반대로 튀는 곡을 찾기 어려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본선에 오른 곡들은 대부분 이른바 ‘웰메이드 팝’의 문법을 따르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느냐에 대해선 의문점을 남겼다.
정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