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슈퍼리치들 달라진 투자포트폴리오
노키아株 저점서 산 자산가 올해 매도…3.9배 투자수익 고수익·절세·원低 업고
선진국 경기회복에 직접 베팅 美시장 투자 1년새 배이상 급증
수십억원대 자산가인 L 씨는 지난 15일 미국에 상장된 노키아 주식을 매도해 원금의 3.9배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거뒀다. 그가 노키아 주식을 사들인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노키아의 구조조정 소식에 주가가 저점이라고 판단해 투자에 나섰다. 주당 1달러63센트이던 노키아 주가는 1년4개월 만에 8달러까지 상승했다.
슈퍼리치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국내를 벗어나 선진 증시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과거 스미스 부인(미국)이나 와타나베 부인(일본), 소피아 부인(유럽)이 저금리를 등에 업고 캐리트레이드 자금으로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면 이젠 강남판 ‘김 여사’가 선진 증시에 손을 뻗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직접투자가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슈퍼리치의 해외 베팅은 수익과 절세, 환율의 세 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나타났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를 기다리기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 회복에 직접 베팅하겠다는 것이다.
연말이 될수록 ‘절세’가 급한 자산가들에게 해외 투자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해외 주식 투자는 분리과세 대상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 증시 투자보다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향후 선진국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설 경우 달러 가치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일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매매는 올해 3분기까지 43억9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억2100만달러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는 “해외주식 매매거래대금은 지난해에 비해 매 분기 100%가량 성장하고 있다”면서 “과거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 저금리 대안으로 해외투자에 나선 것처럼 국내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것은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9일 현재 해외 외화증권 예탁 결제 처리금액은 193억9500만달러로 이 가운데 70%는 유럽 쪽(136억1100만달러)으로의 투자이며, 미국 시장 투자는 41억9600만달러이다. 올 들어 11월 현재까지 미국 증시에 투자한 금액이 이미 작년 한 해(16억6300억달러) 수준을 배 이상 앞지른 것이다.
그는 “유럽은 주로 기관투자자 중심이어서 투자 금액 자체가 큰 반면, 미국은 자산가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면서 “미국 경기회복에 베팅한 자산가들의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가 유독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보수적인 강남 김 여사들이 ‘잘 아는 곳’에 투자하려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등 익숙하면서도 배당수익이 뛰어난 종목이 많은 데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발달해 포트폴리오 구성이 자유로운 편이다.
실제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테이퍼링 이후 신용 사이클 개선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2~3년간 미국 기업들이 이익에 비해 보수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경기 회복 시그널이 강화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긍정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