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지난 5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A(60ㆍ여) 씨는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해당 관할 지구대에서 조사가 시작되자 A 씨는 “별일 아니다”고 말하며 발길을 돌렸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남성 B 씨와 5년간 동거하는 내내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며, 월 100만원 수입을 아껴 모아 놓은 돈도 남성이 탕진하는 바람에 A 씨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있었다.
이런 내용은 A 씨가 처음부터 경찰에 털어놓은 것은 아니었다. 112 신고로 처음 지구대 조사를 받을 때 A 씨는 남성의 보복이 두렵고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아 발길을 돌렸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구대 경찰관이 다음날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한 끝에 알게 된 사실들이다.
A 씨는 경찰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이후에야 가정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빚 때문에 여전히 형편은 넉넉하지 않지만 폭력에서 벗어난 지금 ‘죽었다 살아났다’,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한 가정폭력을 막으려면 일선 경찰관의 초동 대처가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신고에 나선 피해자가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일선 경찰관이 피해자가 공적인 도움을 받게끔 유도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용길 연세가정상담소장은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에 나섰다가 이내 사건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온적이면 악순환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가정폭력 피해자의 8.3%만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여성 가운데 62.7%는 아예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