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직연금’이 금융투자업계에서 화두다. 사회적인 연금 이슈 속에 개인들의 노후보장 수단은 물론 최근 침체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해결사(?)로 부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도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해 놓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한꺼번에 주던 퇴직금과 달리 금융회사에 투자 운용을 맡기고 근로자가 퇴직 후 연금방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05년부터 시행됐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시행되다 지난해 퇴직금 중간정산이 금지되면서 관심 기업이 늘고 있다. 퇴직연금은 운용책임을 기업이 지는 확정급여형(DB), 개인이 지는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문제는 20~30년을 내다보고 굴려야 할 퇴직연금이 지나치게 단기의 원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말 총 적립금 72조원 중 93%인 67조원이 원리금 보장형에 투자됐다. 1년 이하의 단기상품이 83%나 된다. 실적배당형상품은 6.1%, 특히 주식형펀드와 직접투자는 0.2%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선 직원들의 퇴직금을 운용하는 만큼 안전하게 굴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은행과 보험이 전체 퇴직연금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증권사보다는 대출 등 기존 거래 관계에 있는 은행이나 보험사와 어쩔 수 없이 계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은행과 보험사는 자연스레 원금 보장형 위주의 자사 상품 중심으로 굴려가게 된다.

기업들은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으면 차액을 회사돈으로 보전해야 하고 장기간 누적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개인들도 어떤 상품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만기 시 받는 퇴직금이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제도적 한계도 있다. 국내 퇴직연금의 경우 DB형은 주식은 30%, DC형은 아예 주식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주식과 채권에 80% 이상을 운용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제도 완화가 언급되는 게 이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1년 단위로 짧게 굴릴 게 아니다.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등으로 자산을 다양화해야 수익성은 물론 자본시장도 활성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투자 마인드와 제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남근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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