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해킹 번호바꿔 전송 수법 도박사이트 문자 하루 수십통
발신번호를 ‘랜덤(무작위)’으로 바꾸면서 이용자들의 스팸문자 방어를 무색하게 하는 ‘랜덤 스팸문자’가 등장해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원 임경수(36) 씨는 매일 저녁 6시쯤이면 휴대전화 문자 도착 알람 소리를 아예 꺼놓는다. 지난 9월부터 모 도박사이트에서 스팸문자를 하루 10통 넘게 보내는 바람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까닭이다.
스팸문자 내용은 ‘사람이 바글바글 다양한 이벤트 추가 믿고 돌릴 수 있기에 오늘도 몰립니다 xc73.C0M’ ‘대한민국 단 하나뿐인 매장 신뢰가 넘칩니다 fig21.C O M’ 등으로 그 뜻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임 씨는 “스팸 번호로 등록했으나 발신번호가 랜덤으로 바뀌는 탓에 아무런 소용이 없고, 발신번호로 전화를 해봐도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며 “첫 두 달은 문자를 부지런히 지웠지만 이젠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랜덤 스팸문자는 주로 옛날 휴대전화를 이용해 번호를 매번 바꿔서 보내거나, 인터넷 전화 사업자 관리자 계정을 해킹해 번호를 계속 바꿔 전송하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이동통신사는 ‘스팸 필터링’ 같은 서비스가 반복되는 스팸 문구ㆍ국번 등을 차단해준다고 설명하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다.
랜덤 스팸문자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 김보윤(25ㆍ여) 씨는 “문구를 계속 바꿔 문자가 오는 까닭에 이마저 별 효과가 없다”며 “하나 하나 스팸을 지우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신번호를 바꿔 문자를 발송하는 걸 원천적으로 막는 법안을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또 방통위로 직접 스팸 번호를 신고해 해당 업체의 진짜 번호를 역추적해 고발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스팸수신량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가 하루에 수신하는 스팸문자ㆍ음성메시지 수는 0.2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지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