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회 야외공연 16,311명 출연가수 35,451곡 연주곡 5,248,800명 관객수
일주일에 한 번씩 1000번을 만났다. 1993년 5월 9일 첫방송 이후 20년, 야외공연만도 무려 293회. 아이돌부터 노장까지 1만6311명의 가수들이 출연했다. 3만5451곡이 연주됐던 이 무대는 ‘열린 객석’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음악방송의 ‘신기원’이었다. 천번의 만남에는 524만8800명의 관객이 동행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박수갈채를 받은 가수들과 그들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온 관객이 만든 KBS 1TV ‘열린음악회’가 오는 10일로 1000회를 맞는다.
무대 아래에서 성장하는 가수들을 지켜보고, 매주 찾아오는 백발의 관객을 알아보는 KBS 관현악단은 ‘열린음악회’를 ‘라이브 음악의 산실’로 끌어올린 숨은 주인공이다.
클래식과 팝, 대중음악, 뮤지컬을 아우르는 ‘열린음악회’를 만드는 KBS 관현악단은 지난 2005년부터 김대우 악단장이 이끌고 있다. 아버지 김인배 단장의 뒤를 이어 KBS 관현악단의 지휘봉을 잡은 ‘부자’ 악단장이다. 지난 4일 KBS 별관에서 ‘가요무대’의 리허설을 마친 김대우 악단장을 만났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갖는 인터뷰였다.
“KBS 관현악단은 방송악단으로 마지막 남은 악단이에요. 이런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단원들에게 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열린음악회’의 주인공은 ‘우리’라고요. 우리는 가수가 없는 무대에도 설 수 있습니다.”
‘팝스 오케스트라’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KBS 관현악단의 힘은 매주 다양한 가수들이 선보이는 전 장르의 음악을 자유자재로 편곡해 선보인다는 데에 있다. 김대우 악단장의 자신감도 여기에서 나왔다. ‘가요무대’와 ‘누가누가 잘하나’의 무대에도 서는 빡빡한 스케줄에도 숙련된 단원들은 초인적인 스킬을 발휘한다. 녹화현장에서 악보를 받으면 한 번 연주에 완벽한 하모니를 낸다. 해외 뮤지션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KBS 관현악단이 아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무대”라는 것이다.
녹화 현장은 분주하다. 악보를 받으면 연주를 하고, 가수들과 맞춰본 뒤 음악을 고쳐나가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곡의 길이와 가수들의 키에 맞는 편곡 과정이다. 아이돌이 부르는 동요, 바리톤이 부르는 트로트로 변신하는 편곡도 필수다. 그럴지라도 이 곳이 익숙치 않은 가수들에겐 음악적 역량이 들통날 수도 있는 무대다. 김대우 악단장과 단원들은 무대 아래에서 이들을 가장 먼저 배려한다. 관현악단의 소리가 아닌 가수들이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표방하기에 아이돌 가수들이 무대에 설 때 MR이 등장하는 불가피한 상황도 김 악단장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라이브 고수는 ‘열린음악회’가 지켜갈 원칙이지만, 댄스음악을 선보이는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할 땐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격렬한 율동을 하면서 라이브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에요. 아이돌은 그림이에요. 젊은 친구들이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선 아이돌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아이돌 댄스음악 역시 멋지게 연주하고 편곡할 수 있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77명이던 관현악단은 이제 55명으로 줄어들었다. 정년이 되니, 악단을 떠나는 동지들도 생겼다. ‘열린음악회’의 산증인이 된 관현악단을 통해 척박한 대중음악은 브라운관 안으로 녹아들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한국인의 정서를 입고 태어났다.
“무대에선 모든 장르의 음악이 나와요. 말 그대로 열려있는 음악회죠. 주말 황금시간대 방영해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밀리기도 하고 시청률은 불과 4%대이지만 음악이야말로 ‘열린음악회’가 1000회를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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