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K-푸드’엔 김치ㆍ불고기ㆍ비빔밥만 있는 건 아니다. 국내 식음료 업체들은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가공식품을 알려왔다. 품목으로 보면 초코파이부터 아이스크림, 라면, 참치캔 등 다양하다. ‘K-푸드’가 진출해 있는 국가도 미주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러시아, 남미까지 펼쳐져 있다. 아직 네슬레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식품 업체에 필적할 만한 국내 업체ㆍ브랜드를 찾긴 어렵지만 문화 한류의 힘이 지구촌에 폭발력 있게 퍼져 나간 만큼 조만간 세계인의 브랜드로 사랑받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K-푸드’ 물결의 선봉에 선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오리온이다. 2009년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했다. 지난해 해외에서만 1조21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시장에서만 1조원을 돌파했다. 중국 매출 1조원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만 달성한 기록으로, 국내 식품업계로는 처음이다. 오리온은 국내 제과시장의 한계를 파악하고 1993년 중국 베이징 사무소를 열면서 해외로 나갔다. 현재 중국(4곳), 러시아(2곳), 베트남(2곳) 등 총 8개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초코파이’가 효자다. 중국 초코파이류 시장에서 점유율 85%로 독보적이다. 작년 ‘초코파이’의 중국 매출은 1350억원, ‘자일리톨껌’ 1700억원, ‘예감’ 1400억원, ‘오!감자’ 1350억원, ‘고래밥’ 1300억원 등 무려 5개 브랜드가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해 탄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자랑하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러시아인 입맛에 딱 맞는 과자로 평가받으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현지 제과업체인 낀도사를 제치고 제계업계 1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세안국가와 인도시장 진출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을 오리온은 세우고 있다.
빙그레도 ‘K-푸드’ 영토 확장에 성공한 케이스다. 추억의 과자 ‘꽃게랑’, 아이스크림 ‘메로나’, 가공우유 ‘바나나맛 우유’로 러시아, 남미,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중이다. ‘꽃게랑’은 러시아 스낵 시장 1위 제품이다. 구 소련의 개혁ㆍ개방 정책으로 부산항을 찾은 러시아 선원들이 이 과자를 러시아에 소개한 게 성공의 발판이 됐다. 시베리아 등 내륙지역은 해산물을 접하기 어렵고, 당시 러시아엔 감자스낵이 주를 이뤄 ‘꽃게랑’을 전략제품을 선정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꽃게랑’은 최근 러시아 최대 유통회사 중 하나인 마그닛(Magnit)에 입점해 서부지역 공략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메로나’는 1995년 미국 하와이에 선보인 뒤 30여개국으로 수출이 확대됐다. 특히 브라질에선 일본의 스시처럼 브라질 디저트 문화에 새로운 획을 그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9월 상파울루에 첫 해외 단독법인을 설립하고 남미 수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 8월 중순엔 일본 대형 편의점 브랜드인 서클K에 입점,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도 2004년 미국에 수출한 이후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 10여개국에서 판매가 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중국에 들어간 이 제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국내 중국 관광객 증가와 한류 영향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중국 유제품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바나나맛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농심의 ‘신라면’은 해외교포나 관광객들 사이에서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린다. 라면을 판다고 상상할 수 없는 곳까지 ‘신라면’이 자리잡고 있다. 급기야 지구의 머리(융프라우), 허리(히말라야), 다리(푼타아레나스)를 잇는 ‘신라면 로드’가 완성됐다고 농심 측은 설명한다. 특히 지구 최남단의 도시라고 불리는 칠레 남쪽 끝 마젤란 해협에 있는 인구 12만명의 푼타아레나스엔 한글로 ‘辛라면’ 간판을 단 라면집이 있다. 2008년 한국인이 문을 연 것으로, 남극을 오가는 사람과 칠레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꼽힌다. ‘신라면’은 20011년 4월, 부산공장에 이슬람 국가에 수출할 수 있는 인증인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별도로 준공해 인종과 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수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참치 한류’로 ‘K-푸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동원그룹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8년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3년 뒤엔 세네갈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던 SNCDS를 인수하면서 아프리카 참치캔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S.C.A.SA로 새롭게 법인을 설립하고 향후 유럽ㆍ북아프리카ㆍ중동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만들고 있다. 아울러 동원의 ‘양반김’도 1989년부터 일본에 수출해 성공을 거둔 뒤 미국, 러시아, 태국, 중국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미국인들에겐 조미김이 생소하기 때문에 ‘바다 야채‘라는 건강 스낵 콘셉트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동원은 또 중국에 참치캔을 선보이면서 또 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CJ도 거침없이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알리는 중이다. CJ푸드빌은 빵집 브랜드 ‘뚜레주르’가 2004년 미국에 첫 진출한 이후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포함해 10개국에 17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뚜레주르’는 특히 베트남에서 가히 ‘베이커리 한류’라고 불러도 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2007년 6월, 베트남 1호점의 문을 연 후 현재 34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연평균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보인다. ‘뚜레주르’ 인도네시아에선 매출 1위 제품이 한국식 단팥빵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프리미엄 팥 원재료를 사용한 한국식 단팥빵의 달콤함이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비비고’는 관념적이었던 한식의 세계화를 실체화한 첫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세상에 나온 이 브랜드는 3년간 해외 6개국에 진출했다.영국 런던의 소호점은 지난 10월, 세계적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가이드 2014년 런던판’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의 식품 한류를 위한 전략도 촘촘하다. 글로벌 한식 통합 브랜드 ‘비비고’를 통해 한식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미국 내 최고의 아시아 음식 업체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미국 내 만두 매출이 800억원을 넘어서 국내 만두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만두 공장을 증설해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만두시장에서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약 12억6000만 달러(한화 약 1조425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누들시장에도 CJ제일제당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식품업체인 TMI트레이딩 등 3개 업체를 인수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태준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부사장은 “한식 세계화의 당당한 ‘국가대표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영업ㆍ마케팅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특히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사업적 태도로 접근하기 보다는 진출 국가의 음식문화 속에 한식이 일상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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