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배달노동자 쉼터 조성비용 평균 2억원

서울시, 이용자 편의 위해 찾아가는 쉼터 운영

서울시 서초구 배달노동자 쉼터.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이동노동자 쉼터 찾아가느니 차라리 콜 하나라도 더 받는게 나아서 안 갑니다.”

배달노동자 김주헌(30) 씨의 말이다. 김씨는 “도로에서 ‘콜’을 기다리는 업무의 특성상 잠시 쉴 곳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카페에서 기다리느니 그냥 콜을 찾아 돌아다니는게 낫다”라며 “차라리 집가서 쉬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동노동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평균 2억원 가까이 예산을 들여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쉼터에는 충전기·안마기, 컴퓨터 및 태블릿, 각종 다과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 근무 중 부당행위 신고 방법 안내, 노동조합 정보 제공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안내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는 총 13개의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이동노동자 쉼터의 평균 방문객은 60명 가량이지만,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쉼터의 이용객은 10명 남짓이다. 한 이동노동자 쉼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동노동자 쉼터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5~10명에 불과하다.

한 이동노동자 박모(36) 씨는 “솔직히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고, 거리가 너무 멀고, 찾아가기도 힘들다”라며 “좀 더 접근성이 쉬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에 있는 이동노동자 쉼터 13개 가운데 8개가 지하 또는 고층에 있다.

이동노동자 쉼터 관계자는 “보통 오는 사람들만 방문하고, 여기까지는 많은 이가 찾지 않는다”라며 “새로 찾아가는 쉼터가 생긴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산 2억원 들였는데”…텅빈 배달노동자 쉼터
27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차장에 마련된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이동노동자가 방문하고 있다. [연합]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 운영을 시작했다.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란 캠핑카를 개조해 이동노동자 밀집 지역을 순회하며 추위를 피할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장소다. 쉼터에서는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간단한 다과도 즐길 수 있으며, 장갑·핫팩 등 방한용품도 받을 수 있다.

시는 지난해 겨울 첫 운영을 시작한 이후 한 달 반동안 총 20여 곳을 찾아간 결과, 총 2510명의 이동노동자가 쉼터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올해에는 캠핑카 4대로 약 30곳을 방문할 예정이며, 배달·퀵서비스 직종과 대리운전 기사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동노동자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따뜻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 운영을 통해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켜주겠다는 취지”라며 “업종별로 주 활동 시간대와 반경 등을 반영해 쉼터를 맞춤형으로 운영하기로 했기에 더 많은 배달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