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터져도 끄떡 없는 방탄 시설 완비
전용기 ‘참매 1호’는 거의 이용 안해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초청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4월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전용 열차를 선택했다. 장장 20시간에 걸쳐 느릿느릿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보안상 이유로 비행기가 아닌 철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0일 오후 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12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역에 있는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약 200㎞ 거리다.
김 위원장 전용 열차인 ‘태양호’는 시속 50~60㎞의 느린 속도와 열악한 북한 내 철도 사정 탓에 평양에서 1200㎞ 떨어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데 최소 20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과 러시아 철도망 규격이 달라서 국경에서 교체 작업을 위한 상당한 대기시간 필요하다.
비행기라면 단 몇 시간 만에 도착할 길을 느림보 기차로 가는 건 보안상 이유 때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비행 추적 시스템이나 레이더로 포착할 수 있는 비행기에 비해 기차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도 보안 우려 때문에 2021년부터 철도 여행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번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기차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전용 열차 앞쪽엔 선도 기관차가 달리며 장애물이나 위험물이 있는지 살피며, 경호요원들은 예정된 노선의 기차역 등을 샅샅이 살핀다. 또 전용 열차 자체가 두터운 방탄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기차 바닥은 폭탄이 터져도 끄떡 없을 정도라고 한다.
반면 김 위원장은 전용기 ‘참매 1호’는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참매 1호는 1974년 구 소련에서 제작한 여객기 Il-62M를 기반으로 개조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탑승한 마지막은 지난 2018년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러 다롄을 찾을 때다. 참매 1호는 같은 해 2월 김 위원장 동생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때 이용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할 땐 중국 국제항공이 운영하는 보잉747을 탔다.
한편 김 위원장 전용열차는 느린 속도에 비해 ‘움직이는 궁전’으로 불릴 정도로 화려하다.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러시아 측 수행단 일원으로 해당 열차에 탑승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시키 러시아군 사령관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란 제목의 회고록에서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비롯해 신선한 산해진미가 실려 있으며 프랑스 고급 와인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금빛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의 전용 열차도 북한 지도자의 전용 열차보다 편안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러시아 관료는 이 열차에 김 위원장이 방문 현지에 도착한 뒤 이용할 수 있는 방탄 벤츠 2대도 실려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열차에는 다양한 공연을 위한 배우와 가수들도 탑승했다고 전했다.
kw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