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결 분석 ‘21건 중 8건’

수십차례 흉기폭행 집행유예

“모방범죄 우려 감형 신중해야”

정신질환을 앓다 무차별 흉기난동을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1년간 법원이 판결한 ‘묻지마’ 사건 21건 중 8건이 정신질환 등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모방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는 만큼 감형에 신중하되 사법입원 등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헤럴드경제가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선고된 21건의 ‘묻지마’ 키워드 포함 폭행·상해 등 강력사건 판결(항소심 포함)을 살펴본 결과, 이 중 8건의 감형사유에 정신질환 등 ‘심신미약’이 포함됐다. 5건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점이 인정됐으며, 3건은 만취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됐다.

최근 분당·신림에서 발생한 칼부림과 유사한 사건도 있었다. 2021년 한 편의점에서 40대 종업원을 이유 없이 칼로 수십 차례 찌르고 몸으로 밀치는 등 폭행한 피고인은 편집성 정신분열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피고인은 범행 당시 이미 앞서 저지른 동종 범행으로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목공 공구를 이용해 이유 없이 시민들을 폭행했으나, 정신질환을 앓던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피고인은 지하철에서 70대 승객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주머니에 있던 27cm 길이의 공구로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옆에 있던 시민도 폭행한 등의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양극성 정동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치료를 적절하게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형 사유에 반영했다.

이밖에 초범이거나, 형사처벌 이상의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감형된 사례도 12건이었다. 동종 범죄가 있어도 벌금형 이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일례로 삼단봉을 이용해 20대 여성 2명을 이유 없이 폭행한 피의자는 같은 수법으로 두 차례 형사 처벌을 받았음에도 벌금형 이상은 받지 않았다는 점이 반영돼 또다시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흉악범죄와 함께 모방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감형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들은 공통적으로 정신질환을 앓던 상태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분당에서 지난 3일 칼부림을 벌여 사상자 14명을 낸 최모(22)씨와 지난 5일 대전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는 모두 정신질환 병력이 있었으나 치료를 거부한 전력이 있었다.

김상운 대구카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가 되면서 법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도 무시할 수 없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테러 수준이며, 모방 범죄도 발생하기 때문에 심신 미약 정황이 있더라도 강력 처벌하고, 사법입원(중증 정신질환자 입원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는 제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범의 경우 대개 집행유예 처분을 내리는 관행 역시 묻지마 범죄의 경우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개선 의지가 있는 피의자의 경우엔 초범을 반영해 집행유예를 주지만 악성 범죄 성향이 보이는 묻지마 범죄는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원·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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