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는 이차전지 주가의 급등락 롤러코스트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주가가 1년 만에 18배 뛰어오르며 코스닥시장에서 이차전지 광풍을 주도했던 에코프로가 27일 20% 폭락하며 1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8일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고, 26일 장중 한때 150만원을 넘었던 기세를 생각하면 아찔한 추락이다. 자회사 에코프로비엠도 이달 들어 86% 급등한 뒤 19% 급락했다. 이달에만 184% 폭등한 금양은 이틀 새 22% 떨어졌다. 금양은 고무발포제 제조사였으나 이 회사 홍보이사였던 박순혁 씨가 유튜브 등에서 소위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세를 타면서 주가도 함께 폭등했다. 하루에도 10~20%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이차전지 주식에 대해 “제2의 코인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소외된다는 불안)심리에 뒤늦게 이차전지 주식에 올라타며 추격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도 우려된다.

자동차시장이 100년간의 내연기관차 시대를 마감하고 전기차로 파워시프트되는 대전환점에 있어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에 투자가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실체가 불분명하고 실적도 미약한데 유행을 따라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 대열에 몰린다는 것이다. 사업목적에 ‘배터리’만 추가해도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방용 그릴이 주력 제품인 자이글의 경우 지난해 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배터리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4000원대였던 주가는 4월 초 3만8900원으로 800% 이상 급등했다. 투자에 나섰던 사모펀드는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았고, 지금까지 이차전지와 관련된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주식이 미래가치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금양보다 매출이 170배 많은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 순위가 금양보다 낮은 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실체와 실적 없이 유행에 편승한 테마주는 과거에도 급등한 뒤에 곧 급락한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초 벤처 붐, 중국 개방에 따른 차이나 투자 열풍,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 쏠림 현상 등이 그랬다. 투자 광풍에 휩쓸려 간 개인투자자들은 거품이 붕괴되면서 비명을 질러야 했다.

비이성적 투기 광풍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금융당국은 이차전지주 열기에 올라타려는 ‘무늬만 배터리주’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 철저히 해 애꿎은 피해자가 양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개인도 이차전지 간판만 보지 말고 내실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꼼꼼한 투자로 성숙한 투자문화를 가꿔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