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면서 외국인 주주들에 지급한 배당 비율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가 당해 지급한 배당액 60% 이상이 외국 자본에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선 은행의 경우 공공성을 띈 만큼 국민연금의 은행주 지분 제한 및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국내 자본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4대 금융, 외국인 주주 비중 평균 61.2%…5년간 4.2%p 증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2019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현금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에 환원한 금액은 약 13조5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각 연도 외국인 주주 비율을 감안했을 때, 절반 이상인 8조2300억원(61%)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막대한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15조8506억원의 최대 순이익을 거둔 지난해에는 총배당액의 62.7%인 2조5300억원가량을 외국인 주주에 환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올 1분기에 분기배당을 실시한 KB·신한·하나금융이 지급한 배당액(6438억원) 중 외국인 주주에 돌아간 금액은 4340억원(67.4%)에 달했다.
이는 4대 금융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유독 높은 영향이다. 올 1분기 말 4대 금융의 외국인 주주 평균 비중(주식수 기준)은 61.2%로 국내주식 평균(12.07%), 코스피 평균(18.16%)과 비교해 3~5배가량 높았다. 각 사별로는 KB금융이 71.8%로 가장 높았으며, 하나금융(71%)과 신한금융(62%)이 뒤를 이었다. 오랜 기간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었던 우리금융(40%)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지만, 코스피 평균과 비교했을 때는 두 배 이상 높았다.
여기다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꾸준히 상승 추이를 그리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평균 비중은 2019년 말 57%에서 2022년 말 61.3%로 4.3%포인트 늘었다. 최근에는 2분기 실적 전망이 악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평균 60%대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성’ 띈 은행…어떻게 봐야 하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도한 외국인 주주 비율로 인한 ‘국부유출’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금융지주들의 이익은 대부분 은행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정부의 허가와 규제 아래서 자산 기준 은행권 53%(2022년 말 기준)에 달하는 합법적 과점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은행의 이익이 ‘공공적’ 성격을 띈다는 주장과 함께,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낮은 주주환원율은 그간 국내 은행주가 저평가된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에 4대 금융은 지난해 평균 총주주환원율(29%)을 전년(25.8%)과 비교해 3.2%포인트 향상했다. 향후 확대 전망도 현실화되고 있다. 예컨대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최초로 분기배당을 도입했다. 우리금융 또한 올해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국민연금의 은행주 지분 제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국부유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금융지주사법은 동일인이 은행지주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 산업의 핵심인 은행의 의사결정에 특정인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는 걸 제한한 금산분리 원칙도 마찬가지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최근 은행들에 대한 사회공헌 요구가 확대되는 것 또한 이들이 거둔 이익에서 ‘공공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증거”라며 “기존 규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일정 부분 완화안을 검토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산업도 여러 위기를 거치며 성숙 단계를 거쳤고, 현재 국민연금이나 비금융 기업의 독단적인 주권 행사를 방지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박 의견도 적지 않다. 주주회사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의 경우 상장 당시부터 외국인 주주들의 비율이 높고, 이들의 장기투자로 인해 은행들의 자본안정성이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며 “관련 규제 조정을 통해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으며, 개별 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조정한다는 것 자체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