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협력기관 사업 일환

철·형석광산 작업환경 평가

몽골 현지 광산근로자 대상 직업환경평가 실시현장.[서울성모병원 제공]
몽골 현지 광산근로자 대상 직업환경평가 실시현장.[서울성모병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서울성모병원이 국내 탄광 근로자를 진료하며 축적한 진폐증 예방·치료 경험을 몽골 광산 현장으로 확대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명준표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15일부터 18일까지 몽골 부르운두르 지역의 철광산과 형석광산을 찾아 광산근로자 건강실태와 작업환경을 조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세계보건기구(WHO) 협력기관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WHO 협력기관은 연구소와 대학 등 기관을 지정해 보건 프로그램 수행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국내 최초 민간 직업보건 협력기관으로 지정돼 근로자 건강증진과 직업성 질환 예방, 현지 전문인력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해왔다.

명 교수는 몽골국립의대 호흡기내과 및 몽골직업환경의학회 전문가들과 갱내 채굴 현장을 찾아 굴착·파쇄·적재·운반 등 공정별 분진 발생 양상을 살폈다. 근로자의 호흡기 건강상태와 직업적 노출력도 함께 평가했다.

특히 노천 철광산에서는 굴착·파쇄 과정에서 결정형 유리규산이 발생할 수 있는 작업환경이 확인됐다. 결정형 유리규산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발암물질인 ‘그룹 1’로 분류한 물질이다.

명준표(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몽골 직업환경의학회, 몽골 국립의대 호흡기내과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
명준표(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몽골 직업환경의학회, 몽골 국립의대 호흡기내과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

폐로 흡입될 경우 장기간 축적돼 만성 염증과 폐섬유화를 일으키고 진폐증의 대표적 형태인 규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호흡성 분진 농도와 결정형 유리규산 함량을 정량 분석하고 건강검진 결과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 형석광산에서는 제한된 공간과 환기 여건으로 분진이 정체되기 쉬운 환경이 확인됐다. 일부 폐쇄된 갱구에서는 광산배수와 침출수가 유출되는 모습도 확인돼 주변 하천과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 가능성 등 환경보건 문제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질병부담연구 2021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진폐증 신규 환자는 6만2866명, 사망자는 1만8323명으로 추정됐다. 1990년과 비교해 연령표준화 발생률과 사망률은 각각 28.5%, 52.8% 감소했지만 환자와 사망자 수 자체는 늘었다.

국내에서도 진폐증은 여전히 주요 직업성 질환으로 남아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진폐증 환자는 약 1만9000명 수준이다. 2024년 산업재해 현황에서는 진폐 사망자가 업무상 질병 사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앞으로 몽골 협력기관과 광산근로자의 정기적인 건강평가와 분진·유해요인 노출평가, 직업성 호흡기질환 조기 발견 및 관리, 현지 의료진 교육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명 교수는 “국내 탄광 근로자 진료에서 쌓은 진폐증 예방·치료·관리 경험을 몽골 현지 전문가들과 공유해 광산근로자의 직업성 호흡기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8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경동광업소를 찾아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폐증 현장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전공의 4명을 포함한 의료진 9명이 탄광을 방문해 진폐 재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열고 갱도 현장을 직접 살폈다.


w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