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가’ 하락 국면…때아닌 ‘디젤차’ 신드롬
대형 휘발유차는 하락세…경기 침체 반영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요소수 없으면 시동도 안걸리는데…”
경유 가격의 하락을 등에 업고 디젤(경유) 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휘발유나 LPG(가스) 차량과 비교했을 때 연비가 뛰어나지만, 배기가스 문제와 거친 승차감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디젤 자동차의 부활이다.
2일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K Car(케이카)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5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디젤 차량 시세는 보합세, 경차 등 휘발유 차량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 모델별로는 ▷현대 싼타페 TM (2354만원·0.0%) ▷르노 QM6 (1388만원·0.1%↑) ▷KG(쌍용) 티볼리 (892만원·0.0%) 등 디젤 차량은 전월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시간이 갈수록 시세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수요 증가 효과에 가격을 유지하거나 되레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중고차 시장의 인기모델인 경차 부문에선 ▷기아 올 뉴 모닝 (JA) -2.3% ▷기아 레이 -2.2% ▷기아 더 뉴 레이 -2.1% 등 대부분이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고 시세가 5000만원 이상을 자랑하는 대형 휘발유 차량인 ▷제네시스 G80 (RG3) -2.1% ▷벤츠 S-클래스 W222 -2.5% ▷토요타 시에나 4세대 -2.6%도 약세로 분석됐다. 반면 디젤 비중이 높은 ▷벤츠 GLE클래스 W166 -0.3% ▷GLC클래스 X253/C253 -0.6% 등 차량은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역전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가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공개한 리터당 평균 유가는 지난 4월 셋째주 기준 휘발유는 1744.0원, 경유는 1546.3원이었다. 한때 경유가 휘발유 판매가를 앞지르기도 했지만, 2월 말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이민구 케이카 PM팀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산 경차들이 높은 시세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들이 저가 디젤 차량을 대체재로 선호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 휘발유 중고차를 사느니 차라리 같은 가격대의 신차 구매를 검토하는 현상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디젤 자동차가 인기를 끌면서 요소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요소수는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질소산화물)를 정화하는 데 쓰인다. 물에 ‘요소’를 혼합해 만든다.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 저감장치(SCR, Selective Catalyst Reduction, 선택적 촉매 환원법)에 쓰이는 촉매제로 사용된다.
질소화합물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초래하고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전해진다. 요소수를 사용하면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약 65~85%까지 줄일 수 있다. 최근 경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은 환경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요소수를 사용해야 한다. 요소수가 부족하면 주행 자체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