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만든 대할망, 바람신 영등할망...
146만㎡ 신화역사공원 곳곳 숨은 이야기
이집트, 그리스 신화 보다 많은 1만8000여개의 신화가 제주에 있다. 다양한 조형물과 함께 신화가 집대성된 곳은 안덕면 서광리 신화역사공원이다. 신화는 제주 지질과 역사, 문화인류학, 국제교류사와 연관돼 있기에 신화 여행은 훨씬 이국적이고 흥미롭다.
설문대할망은 옥황상제의 막내딸로 호기심에 하늘과 땅을 분리했다가 쫓겨난다. 제주의 신화는 초반부터 대차다. 제주의 원조, 대할망께서 ‘재미로’ 하늘과 땅을 분리하셨다니.
그녀는 부친의 노여움을 사기 전, 천상연회때 썸 타던 별(★)의 왕 ‘한감’을 데리고, 하늘과 땅을 분리할 때 쓰던 흙을 치마폭에 담아, 구름과 바람길로 제주도로 와서, 그 흙을 서귀포 일대에 흩뿌리는데, 천둥과 벼락이 하염없이 내리쳤다고 한다. 그리고 누울 베개가 필요해 나중에 한라산을 만든다.
▶설문대할망, 영등할망, 할라궁이=설문대할망의 행보는 제주 지질학과 일치한다. 풀등 수준이던 서귀포층 주변 바다에서 180만년전 수생화산이 천둥과 번개 치듯 계속 폭발하며 토양의 높이를 키우고 이어 용머리해안, 산방산, 차귀도, 한라산, 우도, 거문오름, 성산일출봉이 생긴다. 서귀포층에 이어 제주지질의 차남인 용머리해안은 용암들이 교통정체 현상을 일으키면서 생긴 해안 용암산. 뒷용암이 밀지, 앞에서 파도가 후려치지 하니까, 구불구불하게 엉키고 잘려서 기가막힌 절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고, 새별오름이 생성될 무렵 새로운 여신이 등장한다. 새별오름 영등할망 축제의 주인공이시다. 그녀는 바람과 풍어의 신이다. 음력 2월1일에 와서 2월15일(올해엔 지난 4월5일) 해산물 씨앗을 뿌려주는 등 풍요의 기반을 다져준뒤 내년을 기약하며 가셨다.
서광리 신화역사공원엔 영등할망의 치맛자락을 주제로 바람신의 모습을 나타낸 조형물이 만들어져있다. 소라와 고동을 매달아 해산물의 씨앗을 표현하고, 바람을 소리로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제주의 이국적인 꽃들은 신비스러운 것을 상징하는 서역 즉 ‘서천의 꽃밭’ 스토리를 입는다. 할라궁이가 서천꽃밭으로 가서 아버지 사라도령을 만나고, 생명꽃으로써 죽은 엄마 원강아미를 환생시킨 뒤, 제주꽃 지킴이 ‘꽃감관’ 역할을 맡는 얘기이다. 제주의 꽃은 사람을 살린다.
▶146만㎡ 신화역사공원=이제 신들이 바람도 핀다. 바람웃도가 고산국과 결혼해놓고, 처제 지산국과 함께 야반도주를 한다. 고산국이 추격해 서귀포일대에서 담판을 짓지만 여의치 않아, 고산국·지산국 자매는 구역을 나누어 다스리게 된다.
마을 선택 방식은 돌에 실을 묶어 던지는 팔매질,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 따로는 뿡개질이다. 고산국은 동홍·서홍리, 지산국은 우알서귀라는 마을로 정했다. 서홍은 서귀포시청이 있는 시의 중심가이고, 우알서귀는 지금의 서귀동 일대로 추정된다.
동홍동엔 정방폭포, 서홍동엔 서귀포해양도립공원·황우지해안·외돌개, 서귀동엔 서귀포항·소낭머리·새섬·문섬이 있다.
드디어 신과 인간이 결혼을 하고 나라를 세운다. 신화역사공원은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가 화살을 쏘아 거주할 땅을 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146만㎡로 드넓은 신화역사공원내엔 곶자왈 오솔길 곳곳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대문, 영등 할망의 신화 외에도, 동해용왕의 딸로서 제주의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웡이자랑’이라는 제주 자장가를 지은 일뤠할망, 후손을 점지해주고 병치레를 없애준 제주식 미륵(미럭) 일렛당, 임진왜란-병자호란때 1만마리 제주마를 군에 지원한 감목관 김만일 이야기 등이 기록돼 있다.
▶용왕 난드르=신화역사공원과 가까운 제주 올레길 9코스에도 이야기가 넘친다. 드라마 ‘추노’ 촬영지 안덕계곡은 평지가 갑자기 밑으로 꺼진 지구대 같은 지형에 물이 흐르고 무성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길 혹은 모험을 위해 떠나는 동굴 같은 느낌이다. 주상절리 사이로 만들어진 동굴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때 캠핑했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평리 박수기정 아래 바위에서 사철 끊이지 않는 샘물이 솟아나는데, 물이 나오는 곳이 박처럼 생겨 ‘박수물’이라 부른다. 용왕의 아들이 대평리에 살며 학업에 정진하려는데, 물이 밤낮없이 흘러 공부에 방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3년간 학업에 정진하자 스승이 소원 수리를 했는데, “물소리 좀 안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음벽으로, 해수면 높이 130m 박수기정을 만들고, 한라산 쪽으론 군산오름을 세워줬다고 한다. 대평은 순제주말로 평지라는 뜻의 난드르인데, ‘용왕난드르’라는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신화 때문이다.
군산오름은 해안가에 있는데도 해발 335m나 된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3분만 걸으면 정상에 오를수 있어 ‘땀성비’가 가장 좋은 오름등산코스이다.
이야기도 많고 절경도 많은 올레길 9코스 종점인 화순금모래해변은 채권추심 의지가 전혀없는 무욕의 섬, ‘가파도 그만 마라도 그만’의 2개 섬을 코앞에 두었다. 짠물 옆에서 용천수 담수욕도 한다. 송악산을 멋지게 조망하는 가파도에서 오는 16일까지 청보리축제가 진행중이다.
▶신화월드 미 서방 제주정착기, 국제문화접변= 할망들께서 만들어 놓은 터전 위에 할망의 손자와 바다건너 외지의 색시들이 혼인동맹으로 문명을 일궈, 오늘에 이른다. 신화월드 라벨라의 미켈레 달체로 주방장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별칭 ‘미서방’이다. 그는 제주에 반해 한국인과 결혼한 제주의 사위이다.
이탈리아에선 잘 먹는데 한국에선 잘 안 먹는 달고기(Johndory) 요리를 선보여 여행자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한국만두와 라비올리와의 조화, 한국 수제비-옹심이와 뇨끼와의 하모니를 도모했으며, 제주 돌문어의 기막힌 맛을 이탈리아 건강미식 기법으로 재탄생시켰다. 가파도의 청보리, 우도의 땅콩은 그의 손을 거쳐 동-서양 모두의 입맛에 맞는 소스로 거듭났다.
제주의 신화들이 끊임없는 문화접변을 얘기하고 있듯이, 제주는 지금 유럽, 태평양 등과 끊임 없이 대화하며, 토종의 기반 위에서 이국에 이국을 더해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다.
▶ “걱정마, 안비싸”=해외여행이 많은 요즘 제주는 가성비 매우 높은 여행을 즐길 절호의 기회이다. 막상 가보면 제주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런, 톱클래스 우리 관광자원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10~20년 전의 오해를 여전히 가진 사람들이 일부 있어 “걱정마 안비싸”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도 보인다. 비행기-호텔-자동차 까지 에어카텔 2박3일에 20만원후반~30만원 초반 패키지도 많다. 가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보다 많은 신화의 고을 제주가 더 많은 미식과 신상을 선보이며 본토 친구들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걱정마, 안비싸”라며. 제주=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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