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광주)=이한빛 기자]가로가 긴 수조 안에 사람이 누웠다. 호흡용 튜브를 입에 끼고, 그는 물 밖의 관객들을 관찰한다. 움직임은 편안하다. 마치 양수 안에 담긴 태아처럼 쉬는 듯 유영한다. 이탈리아 작가 아그네스 퀘스천마크의 퍼포먼스 작업 ‘드라운드 인 리빙 워터스’(Drowned in living waters·2023)다.
작가는 자신을 트랜스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종(種)의 경계를 초월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전시를 기획한 발렌티나 부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 파빌리온(특별관) 큐레이터는 “작가는 물은 만물의 생성과 변신이 가능한 장소로, 잠수를 통해 인간이 개인보다 좀 더 유동적 차원으로 회귀함을 은유한다”고 설명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또 다른 묘미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다.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총 9개국이 참여해, 각국의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위성 전시다. 전시장은 광주시립미술관, 이이남 스튜디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미술관, 은암미술관, 이강하미술관, 10년후그라운드, 양림미술관, 갤러리 포도나무 등 시내 곳곳에 포진했다.
물이라는 은유를 연결 고리로 탈(脫)인간중심적 시각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업들을 전진배치한 이탈리아관 외에도 대나무 숲을 조성한 중국관도 눈길을 끌었다. 군자의 기개를 담았다고 평가되는 대나무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변모되는지에 집중한다. 회화를 넘어 조각과 이미지 아트로 확장한다.
프랑스 파빌리온은 제 59회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지네브 세디라의 작품을 재구성해 선보인다. 허구와 현실, 자전적 고백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오가는 몰입형 작업으로, 공동체와 정치적, 지적, 예술적 연대의 개념을 모색한다. 영상도 매력적이지만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아카이브도 주목할 만 하다.
스위스 파빌리온은 스위스와 한국 출신 젊은 사진 작가 8명의 사진과 영상 작품으로 채웠다. 산으로 둘러싸인 주거 환경과 밀집한 도시 풍경이 익숙한 양국 젊은 사진 작가들은 이런 현실적 환경에 온라인, 디지털이 일상인 시대 강력한 언어인 사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플로리안 아모저(Florian Amoser), 알렉산드라 도텔(Alexandra Dautel)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사진 작가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외신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파빌리온은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 자유의 영토’라는 주제아래 2020~2022년 사이 제작된 5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지난해 러시아가 시작한 전쟁이 기약 없는 상황이지만, 가장 최신의 영화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오랜 문명 위에 세워진 국가임을 강조한다.
파빌리온의 전시 일정은 각국 별로 상이하나, 광주비엔날레 기간(4월 7일~7월 9일)과 비슷하게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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