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중소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머니마켓펀드(MMF)와 대형은행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그간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성장시킨 풀뿌리 역할을 해온 금융 시스템에 균열이 생겨 자칫 미국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금융정보업체 ICI자료를 인용, SVB사태가 발생한 이후 3주간 MMF에 3000억달러 이상이 몰리면서 총 규모가 5조2000억달러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MMF는 단기 국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하는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대표적인 현금성자산이다. 다음 투자처를 찾기 위해 잠시 묻어두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한다.
블룸버그는 하지만 최근 MMF로 돈이 몰린 것은 투자처를 찾기 위한 노력 때문이기보다는 단순히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안전하게 돈을 보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조3000억달러 가량이 연준의 역레포(reverse repo)에 들어간 것이 그 증거다.
연준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목적으로 미 국채 등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역레포를 실시한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양적긴축(QT)을 실시하면서 역레포가 급증했고 연 4.80%까지 금리가 치솟았다. 1.5%대인 은행 예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MMF 입장에선 역레포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시중 돈뭉치도 예금보다는 MMF를 더 찾게 된다.
조셉 아베이트 바클레이스 연구원은 “은행 예금과 MMF 간 금리 격차를 예금자들이 알아 차리고 있다”며 “MMF로 자금 쏠림은 은행들의 예금 확보 경쟁을 가열시킬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준이 역레포 금리를 낮추거나 한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블룸버그는 그런 조치가 시중 자금을 은행으로 돌려놓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렇게 MMF로 돈이 몰리면 은행들의 예금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은행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연준 자료를 인용, SVB파산 이후 상위 25개 대형은행 예금은 1200억달러 증가했지만 그 외 중소은행의 예금은 1080억달러 줄었다고 전했다. 은행에 불안감을 느낀 가계와 기업이 ‘대마불사’로 여겨지는 대형은행을 선호한데 따른 것이다.
가파른 예금 인출은 하루 사이 420억달러 유출로 결국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SVB가 보여주듯 중소은행에게 그 자체로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자금이 부족해진 중소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연쇄적으로 가계와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단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소은행이 2020년 이후 빠르게 대출을 확대하면서 현재 대출 잔액은 4조5000억달러로 대형은행(6조5000억달러)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대형은행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지역사회나 특정 산업분야를 특화해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레벨 콜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금융학 교수는 WSJ에 “지역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의 심장과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지역 중소은행들의 금융시스템 내 위상과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 조건을 더 엄격하게 들이밀면 미국 경제는 자칫 신용경색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브라이언 존슨 노스다코타초이스은행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은행들이 예금 기반을 빼앗기면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며 “공동체는 성장할 수 없고 기업은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캐나다 RBC증권의 제이슨 다우 금리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대출 기준의 급격한 강화는 역사적으로 상당한 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을 동반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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