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40명이 넘는 아이가 지옥을 경험했다. 겁에 질린 어떤 아이는 맨발로 현관문을 뛰쳐나갔을 것이다. 부모의 매질 속에 울음으로 밤을 지새운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화가 난 부모가 진정할 때까지 견디는 것뿐이다.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해지는 폭력.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공포의 화신이 되는 순간, 집은 이미 지옥이 된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 아동학대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아동학대 의심 사례(14만5526건) 중 76.2%(11만923건)가 친부모가 저지른 것이다. 해마다 연평균 38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하는데 가해자 68.5%도 친부모다.

이달에도 두 명의 아이가 친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일에는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친모의 방임으로 죽었다. 20대 친모는 아이를 나흘간 집에 홀로 남기고 PC방에 갔다. 이 여성은 남편과 별거 중이었다고 한다. 7일에는 12세 초등학생이 맞아죽었다. 아이의 시신은 시커먼 멍으로 뒤덮여 있었다. 가해자인 계모와 친부는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자녀징계권이 민법에서 사라진 지 2년이 지났다. 자녀징계권은 부모 등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지만 아동학대를 용인한다는 이유로 2020년 12월 사라졌다. 하지만 ‘내 자식은 때려도 된다’는 부모의 인식 변화는 없다. 친부모는 여전히 가해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에 대한 물리적 징계는 이제 모두 범죄가 됐지만 이를 걸러내야 할 감시망은 여전히 성글다. 숨진 초등학생의 부모는 아이를 홈스쿨링, 체험학습을 이유로 97일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늘어난 교외체험 학습기간(57일)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기간이다. 이 학생에 대한 교육당국의 특별 관리는 없었다. 두 살배기 남자아이 역시 사망 전 예방 미접종과 건강보험료 체납, 의료기관 미진료 등 두 차례의 위험징후가 있었지만 복지부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대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도 아이의 삶은 불행해질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반복적인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잘못을 자기에게 돌리는 부정적 가치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간관계의 기본적 신뢰감 형성에 결함이 생길 수 있으며 자살시도와 자해를 할 확률 역시 높아진다.

숨진 아이가 느꼈을 공포를 생각해본다. 온몸에 멍이 들어 사망한 초등학생은 때리는 엄마를 향해 때리지 말라며 애원했을 것이다. 도망 치다 붙잡혀 다시 매질을 당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학대가 없는 날은 두 팔로 엄마를 안으며 사랑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다. 두 살배기 남자아이는 처음에는 울음으로 엄마를 불렀을 것이며, 울다 기력이 떨어지면 저도 모르게 잠에 빠졌을 것이다. 배가 고파 울기를 반복, 목은 점점 쉬어가 울음이 소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서서히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경찰에 접수되는 열흘치 아동학대 112신고 건수를 확인해봤다. 60, 58, 54, 50, 58, 59, 50, 54, 58, 42.... 어디선가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피지도 못하고 꺼져버린 어린 생명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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