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대 고고학팀, 1916년 발굴된 공동묘지 CT 스캔 촬영
기원전 332~30년 사이 추정
사후세계 통과 위한 부적…금, 보석, 점토 등으로 만들어져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이집트에서 ‘황금으로 된 혀’를 포함해 49개의 부적을 지닌 소년 미라가 발견됐다.
미국 CNN은 25일(현지시간) 카이로 대학 사하라 살림 교수가 이끄는 고고학 팀이 2300여년 전 사망한 이집트 소년의 미라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촬영한 후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미라는 기원전 332년에서 기원전 30년 사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동묘지 나그 엘-하사이에서 1916년 처음 발굴됐다. 이후 오랜 기간 이집트 국립박물관 지하실에 보관돼 오다 최근 미라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CT 스캔 방식이 도입되면서 마침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CT 촬영 결과 이 황금 미라는 총 2개의 관으로 둘러싸인 형태로, 안쪽 나무관에는 금박을 입힌 얼굴 무늬가 새겨졌다.
소년의 나이는 사망 당시 14∼15세, 키는 128㎝ 정도로 추정됐다. 작은 코와 좁은 턱, 계란형 얼굴이 확인됐다.
특히 CT 사진에서는 소년의 입과 가슴 등에서 총 21가지 모양의 다양한 부적 49개가 발견됐다. 대부분 금으로 만들어졌고, 준보석이나 구운 점토, 도자기 등으로 제작한 것도 있었다.
부적들은 사후세계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살림 교수는 “사후세계에서 신체를 보호하고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황금 혀’ 부적은 사후세계에서 말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고, ‘이시스 매듭’ 부적은 이시스 여신의 보호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을 풀이했다.
소년의 몸에선 심장 위치에 놓는 풍뎅이 모양의 황금 장식품 ‘하트 스카라베’를 비롯해 호루스의 눈, 타조 깃털 부적 등이 확인됐다.
이 밖에도 소년의 발에는 관을 떠나는 데 도움을 주는 의미로 하얀 샌들이 놓여있고, 온몸은 이집트인들이 신성시했던 양치식물로 휘감겨 있다.
소년의 신원과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치아 상태와 미라의 기술 수준, 부적들에 비춰 사회적 지위가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 미라는 현재 이집트 박물관에서 CT 이미지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