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저 고정금리 4.24%…인하 지속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 기준 3.75~4.05%가 최대
정책모기지 상품 ‘무용론’ 제기…“엇갈린 정책 반복” 지적
[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금리상승기 예대금리차 확대 경향이 있다(2022년 7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권이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2년 11월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23년 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은행권이 취급하는 금리가 금융당국 두 수장의 움직임에 오르락내리락 중이다. 7차례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도 자금 조달 경쟁 자제, 대출 금리 인상 압박 등으로 오히려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쯤되면 두 수장의 입이 금리 산출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왜곡된 시장금리…예금금리 올리랬다가 대출금리 밀어올리자 다시 내리라 압박
시작은 당국의 이자장사 경고였다. 금리 인상 기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름세를 반영하는 한편, 예금금리는 더디자 지난해 8월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 1년 만이다. 은행권은 부랴부랴 예금금리를 올렸다.
문제는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은행이 수신(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것이 오히려 대출 금리를 밀어올린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비롯한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금리 산정 기준으로 삼는다. 코픽스는 은행의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를 바탕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조달 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실제 대출금리가 오르자, 또다시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은행권은 다시 부랴부랴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내렸고, 동시에 예금금리 인상도 속도를 늦췄다. 이에 11월부터 나타난 5%대 은행권 예금금리도 두달을 채 못갔다. 기준금리는 1월 현재 3.5%까지 올랐는데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3%대로 별 차이가 없다.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통화정책을 쓰는 것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물가상승 수요를 억제하려는 것인데, 현재 예금 금리만 놓고 보면 은행에 돈을 넣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통화정책 효과를 희석시키는 것과 같다.
특례보금자리론도 엇박자 정책…시중은행 금리가 더 낮아
시중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동시에 낮아지면서, 야심차게 발표한 정책모기지도 힘을 못쓰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30일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 5억원까지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빌릴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받는다.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 부부소득이 1억원 이하면 우대형 금리 연 4.65%(10년)~4.95%(50년)가 적용되고, 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거나 부부소득이 1억원 초과인 경우 일반형 금리 4.75~5.05%가 책정된다. 이 조건에서 최대 90bp(0.9%p)의 우대금리(총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우대형 기준으로 최저 3.75~4.05%까지 받을 수 있다. 단 금리는 보금자리론처럼 매월 시장금리 등을 고려해 조정된다.
기존 보금자리론 대비 집값 한도를 높이고,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선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과 금리차가 크지 않아서다. 실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날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밴드는 연 4.36~6.36%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고정금리형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34%p 낮추면서 금리하단이 4.24%까지 떨어졌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우대금리를 적용받지 못한다면 4%대 중반 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특례보금자리론 재원을 마련하는데, MBS가 4.1~4.2%대에 발행되더라도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인해 발행 여건이 악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은행 대출 상품이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금리인상기 맞춘 상품 출시해놓고 금리내릴 것 주문…뒷북 논란도
정부와 당국의 연이은 관치로 ‘엇박자 정책’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금리 인상기에 맞춰진 정책모기지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됐지만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 주문 발언을 이어가며 시장금리가 되려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수요자들에게 혜택으로 작용해야 할 정책모기지 상품이 오히려 ‘손해’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엇갈리는 정책 판단은 반복돼왔다”며 “과거 2010년 금리 인상기에도 정부가 같은 이유로 고정금리 상품을 내놓으면 시장금리가 다시 내려가고, 지나고 나서 보면 정부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주금공 측은 해당 상품이 여전히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받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고, 또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갈아타기가 용이해서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시에는 실소유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상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볼 때 앞으로 시중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관점은 다르다. 주요 금융기관은 한은이 현 기준금리인 3.50% 혹은 한 차례 더 인상한 3.75%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3%대로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힌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채권시장 현상을 보면 투자자들은 연내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