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위상 다 달라…숨진 정모 씨는 바지 집주인”

경찰, 컨설팅업체 입건하고 구속영장 신청 검토 중

윤희근 청장, 中비밀경찰서 의혹엔 “국정원과 협조”

'강서서 언급' 동방명주 주장엔 “그런 일 없었다” 일축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경찰이 지난 2021년 제주에서 숨진 빌라·오피스텔 임대업자 정모 씨 사건과 관련해 실제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배후세력을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정씨는 '바지 집주인'이나 다름없었고, 컨설팅업체들이 뒤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망한 임대인(정모 씨)의 배후가 최근 확인됐다고 보고를 받았다"며 "유사 사례가 아마 더 있을 것으로 판단돼 그런 부분까지 밝혀내는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씨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에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아무 연고가 없는 제주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대리인이 위임장을 들고 다니며 매매·임대계약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씨의 배후이자 실제 거래 주체인 한 컨설팅업체를 전세사기 공범으로 입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빌라왕들도 위상이 다 다르다. 정씨는 말 그대로 '바지 집주인'에 가깝고 컨설팅업체가 실질적인 주인으로 보인다"며 "(컨설팅업체 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중국이 한국 내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선 이렇다저렇다 말씀드리긴 그렇다"며 "국정원, 외교부 등 관련기관과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국음식점 ‘동방명주’ 측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강서경찰서의 요청을 포함해 중국인 10여명의 귀국을 지원했다고 밝힌 데에 대해서는 "강서서에 그런 사례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축했다. 윤 청장은 '기록이 없었다'는 답변 취지에 대해서도 "그런 협조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봐도 된다"며 "112신고 등 서류가 다 보관돼 있는데 그 시점에 연관성이 있을 만한 서류를 다 찾아봐도 그런 건 없더라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시위 대응과 관련해선 엄정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

윤 청장은 "기본적으로 저희는 전장연 시위가 어제오늘이 아니고 꽤 오랜 기간 반복돼왔고 시민 불편에 대한 목소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불법에 대해선 엄중 대응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고, 그 과정에서 공무 집행하는 경찰관이나 교통공사 직원에 대해 물리적 위해 폭력이 발생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상황에 맞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것까지 다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인 입국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격리를 거부하고 도주했다가 검거된 사태와 관련해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요청을 받아 기존 3개소 58명 (경찰력 지원을) 하던 것을 배치장소를 6개소로 두 배 늘리고 인원도 78명으로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앞서)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전담팀을 구성하다시피 해서 하루 만에 검거했다"며 "주요 관리 주체인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그런 문제가 추후에 또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이태원) 특수본 수사 결과가 최종 송치되지 않았는데 그 결과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윤 청장이 참사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만큼 윤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은 수사 결과에 따라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