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자이자 생존자, ‘의인’들의 일상은
“사이렌 소리 여전히 두려워” 상담치료 중
“이태원역 가겠지만, 헌화를 하고 올 것”
삼풍백화점 참사 땐 30여명에 시장상 수여
경남이주민센터, 파키스탄 간호사에 감사장
전문가 “진실규명 이후엔 구조자들도 조명해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심폐소생술(CPR) 등을 통해 시민들의 생명을 구한 구조자들은 ‘의인’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들의 일상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있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선 우리사회가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구조자이자 생존자인 이들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사 현장에서 수십 명에게 CPR을 실시했던 김모(18)군은 여전히 사이렌 소리가 두렵다. 구급차에 시민 수십명이 끊임없이 실려가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환청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이 계속돼 상담치료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구조를 도왔던 최모(17)군에게도 이태원 일대는 ‘추모’의 공간이 됐다. 최군은 “여전히 홍대 같은 번화가에서 사람이 몰리는 걸 보면 당시가 떠오르곤 한다”며 “내년 핼러윈 때에도 이태원을 찾을 예정이지만, 헌화도 하고 올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와 비슷하게 도시 한복판에서 발생했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역시 인근 시민들과 상인들이 현장에서 구조 및 수습을 도왔다. 이후 171개의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장, 시장표창장, 시장감사장이 수여됐다. 이중 민간단체나 시민이 받은 경우는 30여개다. 현장에 있던 시민 개인들뿐 아니라 인근 아파트 부녀회나 봉사단도 포함됐다.
현재까지 서울시 차원에선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분야별로 담당부서를 나눠 시민상을 수여하는데, 재난관리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도 선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10월 시상하는터라 아직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선 검토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현재까진 지자체보다는 관련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의인들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9일 경남이주민센터는 참사 당시, 외국인 여행자 신분으로 현장에서 4명의 생명을 구한 파키스탄 간호사 무하다드 샤비르(29)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샤비르씨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방문했다가 참사를 목격했다.
이날 샤비르씨는 새벽 5시까지 현장에 머물며 수십 명에게 CPR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 역시 언어 소통의 한계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센터 관계자는 “사실 이주민들은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부정적 인식이 더욱 많은데, 참사 때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 트라우마를 연구한 임정선 서울사이버대 특수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지금은 책임소재에 대한 진실규명이 진행되는 단계라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추후에 표창장 같은 방식으로라도 의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표현될 수 있다면 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