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서울 중구 대회의실서 기자회견

1차 진실규명 신청인 187명 피해자 인정

불법체포·감금 상태 징집 등 불법 확인

징집 뒤 보안사 분실서 고문·협박도

“행안부·경찰국·경찰청 사죄해야”

‘밀정’ 의혹 김순호 경찰국장은 포함 안돼

“내달 진실규명 신청 마감 후 폭넓게 논의”

육군보안사령부가 1982년 작성한 ‘좌경의식화 불순분자 대상 대공활동지침’ 문서. [진화위 제공]
육군보안사령부가 1982년 작성한 ‘좌경의식화 불순분자 대상 대공활동지침’ 문서. [진화위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1970~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을 군대로 끌고 가 고문과 협박을 통해 전향시키고, ‘프락치(끄나풀)’로 활용한 사건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진화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진화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청인 조종주 씨 등 187명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로 인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강제징집 및 프락치 사건의 전체윤곽을 파악하는 조사는 이뤄졌지만, 국가가 개인별 피해 사례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밀정’ 의혹을 받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진실규명은 2020년 12월 진화위 출범 직후 이뤄진 1차 접수분이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1989년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에 대공요원으로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지난 8월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추모연대)는 김 국장의 ‘밀정’ 의혹을 밝혀달라는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화위는 내달 9일 진실규명 신청 마감 후 강제징집자 전수조사를 포함한 진실규명 과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진화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 공작 관련자 2921명 명단을 확인했다. 그동안은 1980~1984년 강제징집 1152명과 녹화사업 피해자 1192명에 대해서만 확인됐다.

진화위는 ▷위헌·위법 조치인 1971년 위수령과 1975년 대통령 긴급조치 9호, 1980년 계엄 포고령 10호 위반을 이유로 이뤄진 강제징집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국가안전기획부, 경찰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의 징집 ▷가혹행위와 강요로 휴학계나 입대지원서를 쓰게 한 뒤의 입영 ▷군 복무 중 사상 전향과 양심에 반하는 프락치 활용 강요에 대해 모두 불법으로 확인했다.

진화위에 따르면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는 박정희 정권 당시 강제징집된 대학생들에 ‘ASP(특수학적변동자, Anti -Government Student Power)’라는 이름을 붙여 동향을 관찰하고, ‘전략자원카드’를 만들어 관리했다. 전두환 정권에 들어서면서는 ASP를 A·B·C 3개 등급으로 분류해 각각 매달, 분기별, 필요시에 따라 관찰 보고했다.

강제징집자 중 상당수가 보안사 분실로 끌려가 3일에서 최대 1개월까지 조사를 받으며 고문과 협박을 당한 뒤,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한 사실도 조사됐다.

정근식 위원장은 “과거 내무부와 내무부 치안본부는 입영대상자를 결정하고, 신병을 확보해 병무청에 명단을 전달하고 부대로 호송 인계하는 등 강제징집에 가장 최전선에 섰던 기관”이라며 “현재의 행정안전부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경찰청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화위는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공작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배·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회복을 실현해야 한다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