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때부터 친부로부터 폭행 등 학대 당해
밧줄 묵어놓고 폭행…며칠 잠 안 재우기도
선생님·이웃 누구도 학대에 관심 갖지 않아
학대로 왼쪽 다리 장애, 공황까지 겪고 있어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35년 전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큼 괴로워져요.”
아동학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만큼 무서운 범죄지만, 많은 부모가 지금 이 순간에도 ‘체벌’, ‘교육’이라는 눈가림으로 자식들을 학대하고 있다. 학대를 받은 자식들에게 남은 건 신체적·정신적 상처뿐이다.
19일 아동학대예방의날을 맞아 헤럴드경제는 수십년 전 친부로부터 잔혹한 학대를 당한 김현정(43·여) 씨로부터 아동학대 후유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가 학대를 당하기 시작한 건 국민학교에 입학한 8살 때부터였다. 부모님의 이혼 후 할머니의 손에 길러졌던 김씨가 친부에게 돌아간 그날부터 학대는 시작됐다.
김씨는 “묶여 있는 상태에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으며, 며칠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먹을 것을 주지 않기도 했다”며 “성폭행을 빼고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학대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학대로 인해 학교에 결석하는 일도 잦았고 언제나 잘 씻지 못하고 허름한 차림으로 다녔음에도, 선생님이나 이웃·친척 누구도 김씨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김씨는 “국민학교 4학년 무렵 보름 이상 학교에 빠진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선생님이 집에 찾아와 상황을 봤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왜 학교에 안나오느냐’는 질책뿐이었다”고 말했다.
학대는 친부가 죽어서야 끝났다. 알코올중독이었던 친부는 김씨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 간경화로 세상을 떴다. 김씨는 “죽기 직전까지도 아버지에게 사과의 말을 단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만약 사과를 했더라도 받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대가 끝난 후에도 고통은 계속됐다. 너무 많이 맞은 탓에 김씨는 왼쪽 다리에 장애를 얻었고, 문득 문득 학대 당한 과거를 떠오를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황에 빠졌다.
그뿐 아니라 김씨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그 아이들에게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폭행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나도 모르게 내가 당한 것처럼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손찌검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며 “너무 큰 죄책감에 아동학대방지협회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아동학대는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만들었다”며 “나 또한 아이들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닥게 되고 난 후 더 많이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더는 한국사회에 아동학대가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