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월북 판단과 배치된 첩보 삭제 지시 혐의 등
구속영장 발부시 사건 왜곡·은폐 의혹 수사 탄력
박지원·서훈 등 핵심인물 조사에도 속도 낼 전망
기각시 수사 장기화 불가피…‘무리한 수사’ 비판도
[헤럴드경제=안대용·유동현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당시 군 첩보를 지우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번 사건의 주요 의혹 중 하나인 사실 은폐 관련 핵심 인물이어서 서 전 장관의 구속 여부가 향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10시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를 받는 서 전 장관 영장심사를 연다. 서 전 장관은 이날 영장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당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자진월북 했다는 판단과 배치되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감청정보 파일 일부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이 사건 감사 결과에도 서 전 장관이 첩보 보고를 삭제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실종 후 다음 날 21시40분께 피살됐는데, 국가안보실은 같은 날 22시께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같은 달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는데, 회의가 끝난 뒤 새벽 시간에 서 전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삭제됐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다.
특히 밈스 운용을 담당하던 실무자가 퇴근했는데도 새벽에 다시 사무실로 나오게 해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감사원은 그날 오후 1시30분께 언론에 배포한 문자메시지와 오후 4시35분께 발송한 대북전통문에도 이씨 피살 사실은 제외하고 실종상태인 것처럼 기재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이 서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 국방부 차원의 사건 은폐 의혹과 함께 당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이후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부분을 확인하는 게 이번 수사 핵심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관계장관회의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서 전 장관이 구속되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을 인정하면 어느 정도 수사 정당성을 인정받는 셈이 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서 범죄 혐의 소명도 인정받지 못하면 무리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개월 넘게 수사하면서 첫 구속영장을 청구하고도 법원으로부터 최소한의 설득도 얻어내지 못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수사가 더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사팀은 50일 넘게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다.
검찰은 서 전 장관의 당시 지위, 조사에 임하는 태도와 행적 등을 고려할 때 신병을 신속히 확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감사 자료와 관련해선 수사요청서만 전달받고 그 근거가 되는 기록들은 아직 받지 못해 기록을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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