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의 한 대형마트. 박해묵 기자
서울역의 한 대형마트.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서울 유통업체 판매 32개 제품 중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 제품은 단 6개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실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을 이용하는 패턴이 다른데도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을 규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정회상 강원대 교수에게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12월 서울시 소재 유통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32개 제품 중 26개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중소슈퍼마켓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A라면이 가격을 올리거나 내려도 해당 중소슈퍼마켓은 이에 대응하지 않아, 서로 독립재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경쟁 관계 제품은 생수·사이다·우유·아이스크림·된장·참기름뿐이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입 시기나 목적 또는 수량 등에 따라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을 서로 다른 유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보기 때문”이라며, “대형마트는 가끔 대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중소슈퍼마켓은 빈번히 소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각각 판매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이들은 서로 다른 시장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2년 도입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는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지만, 조사 결과처럼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 간 경쟁 정도가 낮다면 중소유통업체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의 실효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업규제는 자칫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들의 선택권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으며, 최근 OECD 국가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진입과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가 완화 또는 폐지됨에 따라 매출과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이 증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을 규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종석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미래리더스포럼 초청강연에서 “가장 쉽다고 생각해 시작한 대형유통매장 의무휴업 규제 폐지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교류와 소통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의 심야영업 제한 개선까지 포함해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