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전 의원 인터뷰
안전에 대한 투자, 비용으로 여겨
해당기업들, 유력로펌 동원 설득
지역 현안과 연관 이해관계 얽혀
관리책임 외면 ‘사찰’ 논리 주장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법안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막아서는 국회의원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이 법도 그랬습니다. 많이 아쉽죠.”
채이배 전 의원이 17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방통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20대 국회에서의 논의 상황을 전하며 한 말이다. 이 법안은 카카오·네이버 등이 운영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고 재난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로 20대 국회서 여야 의원들이 이름을 올려 발의가 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2년여 전 통과됐다면 ‘카카오 먹통 대란’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거론되는 법안이다. ‘카카오 사태’ 이후에야 여야 공감대 속에 입법이 재추진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소속인 채이배 전 의원은 당시엔 민생당 의원으로 발의에 참여했으며, 법사위 소속으로 법안 통과에 주력했으나 나머지 의원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18명의 법사위 소속 의원 중 법안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 의원은 사실상 채 전 의원과 백혜련 의원 뿐이었다.
채 전 의원은 당시 법안 무산에 대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 거대 기업들의 ‘로비’ 활동이 주요 원인이라고 꼽았다. 채 전 의원은 “네이버·카카오 등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더불어민주당에, MS(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국민의힘에 적극적으로 로비했다”며 “국내외 관련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서로 로비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과 MS는 당시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하고 MOU(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이해관계가) 지역 현안과도 맞닿아 있었다”고 했다.
국회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법사위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당 법안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사업자들에 대한 ‘이중 규제’라는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은 이미 정보통신망법 규제를 받는 가운데 방송통신발전기본법까지 얹을 경우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송기헌·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이같은 목소리를 더했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채 전 의원은 또 “유력 로펌 한 곳이 국내외 기업 양쪽을 대리하면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했다”고 했다. 그는 “(재난관리 대책으로) 데이터서버 이중화를 의무화하는 것이 쟁점이었는데, 데이터를 제대로 백업했는지 과학기술통신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점검을 받게 되는 조항 때문”이라며 “(로펌들은) 이를 정부가 들여다보게 되면 ‘사찰’, 즉 개인정보보호상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이번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었던 이유는 이중화를 해놓았기 때문이었고, 카카오는 미흡했던 것”이라며 “지금와서 보면 그들의 논리로 ”점검은 민간사찰“이라고 규제를 막아놓고 결국 기업이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 의원은 “기업이 책임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소비자와 노동자, 주주 등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는 “앞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법을 다시 입법해 데이터센터에 똑같이 제대로 재난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응이 필요하고,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 공정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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