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 필수로 자리잡는 E.S.G
지구촌 이산화탄소 배출량 10% 차지
어마어마한 쓰레기 배출 ‘기후위기 주범’
제작·유통·소비 전과정 지속가능패션 화두
가장 좋은 방법은 ‘버리지 않고 오래입기’
콘진원, 10개 지속가능브랜드 꾸준히 지원
‘그린’ 화두에 그치지 않는 ‘디폴트 값’ 돼야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은 7000리터, 한 사람이 10년동안 마실 물의 양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의류 산업이 연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류산업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은 연간 1조 5000억리터, 연간 배출하는 폐기물의 양은 9200만 톤이다. 폐기물 대부분은 매립 혹은 소각되는데, 여기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도 포함된다.
패션 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지 오래다. 특히 패스트패션은 유통과 제작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도 다량 배출한다.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 유통시키기 위해서 전 지구를 생산기지이자 유통처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때문에 소비자는 쉽게 구매하고, 그만큼 쉽게 버린다는 데 있다. 패션을 위한 지구는 어디에도 없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화두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엔 일부 까다로운 고객이나 디자이너의 고집에서 시작했다. ‘원단의 생산 과정이나, 원단 그 자체의 성격이 친환경적인가?’하는 질문은 제작방식, 유통 영역으로 확장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이같은 팬데믹이 반복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높아져 패션에서도 환경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필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준은 한참 높다. 너도 나도 환경 ESG를 강조하자,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경보가 울린 것이다. 거대기업의 환경 ESG만큼 규모가 크지는 못하지만, 지속가능한 패션을 현실화 하고자 도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다. 비단 국내만이 아니다. 이미 지속가능한 패션은 세계적 화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같은 패션계의 흐름을 타고 올해 처음으로 지속가능한패션분야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사업규모는 약 10억원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10개 브랜드의 시제품 제작 및 홍보를 지원한다.
지난 4월 선정된 10개 브랜드는 의류브랜드 카네이테이, 얼킨, 비건타이거, 르쥬, 오픈플랜, 뮌, 파츠파츠와 잡화브랜드 엘에이알, 스펙트럼, 러브참 등이다. 각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큰 틀아래 모였지만, 분야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로 줄이려는 친환경, 동물실험이나 동물소재를 쓰지 않는 비건,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등으로 다양하다. 다만 지원금을 받는 만큼, 이를 통해 제작한 컬렉션의 70%이상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어야한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소재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패션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소재는 업스트림(원재료, 섬유사)과 미들스트림(직물, 염색 가공)에 해당된다. 완제품을 만들어 유통하는 다운스트림, 그 이후 소비자가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까지 전체가 지속가능한 패션의 영역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이라고 환경영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업사이클링이든 친환경 소재든 이를 다시 쓸만하게 바꾸는 것에 상당한 에너지와 재원이 소모된다. 컨설팅회사 매킨지에서 발행한 보고서 ‘더 스테이트 오브 패션 2020’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매년 5300만톤의 섬유를 생산하고, 그 중 70%이상이 버려진다.
이 중 새 옷을 만드는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1% 미만이다. 보고서에서는 파타고니아의 비크래프티드(BeCrafted)프로젝트 담당자인 알렉스 크레머 기업 개발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오래된 의류를 분해하는 작업은 너무나 어렵다. 새 원단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한다.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는 “고객들 중에 지속가능한 패션을 소비하려면 지금 있는 옷을 전부 다 바꾸어야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저의 대답은 있는 걸 버리지말고 잘 쓰시고 앞으로 새로 구매할 때만 한번 고민해 달라고 한다”고 말한다. 카네이테이 정관영 대표도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잘 만들어 오래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내구성이 약한데도 친환경 소재라는 이유로 그것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패션은 ‘오래 입는 것’이다. 헤진 곳은 깁고, 떨어진 곳은 교체하며 고쳐가면서 오래 쓰는 것. 지난 2011년 파타고니아의 ‘이 자켓을 사지 마시오’ 캠페인이 흥행했던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소비자들에게 구매하라고 하지 않고 있는 옷을 오래 입으라고 촉구한 게 주효했다. 오래 입을 수 있는 고품질의 옷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읽어낸 것이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처럼 오래 아껴입을 수 있도록 매력적인 아이템을 만드는 것일테다.
이처럼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무장한 이 10개 브랜드가 한 자리에 모인다.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파미에스테이션에서 팝업 전시 ‘느린가게 천천’이 열린다. 옷가게, 세탁소, 택배, 도장, 수선집, 청소용품의 6개 섹션으로 구성된 팝업 전시는 각 섹션마다 배치된 클로젯에 10개 브랜드사의 제품을 전시해 선보인다. 주말에는 수선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측은 “최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가장 조명을 받았던 건 그린 패션이었다. 지속가능성이 화두에 그치지 않고 디폴트 값이 되야하는 상황”이라며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들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